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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0일, 금
생명의 빛
예수가 태초의 로고스라는 요한복음 기자의 진술은 예수가 창조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창조는 생명 사건이다. 예수가 창조의 근원이라는 말은 곧 예수가 생명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요한복음 기자는 예수를 생명의 빛이라고 말했다. 태초, 로고스, 생명, 빛이 다 통하는 성서 언어다.
요한복음 기자를 포함해서 초기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생명의 빛’으로 경험했다는 말은 예수를 통해서 생명을 파괴하는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뜻이다.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 곧 생명 구원이다. 이걸 실제 삶의 능력으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박수 치면서 열광적으로 찬송가를 부르고 큰 소리로 통성기도를 하는 부흥회 유의 집회에서 그런 걸 경험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것은 감정적으로 잠시 느끼는 것뿐이다. 그런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순간에만 찾아오는 경험이기에 일상으로 돌아가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
내가 자주 말하는 거지만, 신학적인 영성 안으로 들어가는 게 여기서 최선이다. 어제 매일묵상 마지막 단락에서 언급한 ‘성찬의 신비’가 무엇인지를 신학적으로 깊이 이해하면 삶의 허무와 절망과 불안 등을 뚫고 나가 영원한 생명을 일상에서 느끼고, 그런 훈련이 깊어지면 더 강렬하게 경험하게 된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나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같은 신비주의 영성가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을 인식하고
기도하는 영성을 가질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