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성

조회 수 1042 추천 수 0 2015.11.04 21: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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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성

 

하이데거 철학이 신학과 유사하다고 어제 말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많다. 인간으로 하녀금 본래적인 자기가 되게 하는 계기인 결의성도 그중 하나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이 자기의 가장 고유한 본연의 자세를 향하여 불안을 각오하면서 말없이 자기를 기투(企投)하는 것이 결의성(決意性, Entschlossenheit)이다. 박찬국 교수의 책에 나온 한 대목을 다시 인용하겠다.

 

결의성에 속하는 참으로 간주함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즉 현존재가 전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향해서 자신을 자유롭게 열어두는 상태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확신이 결의성에게 주어질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확신이 단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가능성과 관계를 맺고 있을 때문이다. 그런데 현존재가 단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가능성, 즉 가장 확실한 가능성은 죽음이다. 이렇게 자신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확신하면서, 즉 죽음으로 선구하면서 결의성은 자신의 본래적이고 전체적인 확신을 확보하게 된다(396 ).

 

여기서 사용되는 단어 결의성은 기독교식으로 믿음이다. 결의성이 현존재가 전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향해서 자신을 자유롭게 열어두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일치다. 하나님이 전체이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일치에서만 우리는 작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된다. 그런데 그 전체는 닫힌 게 아니라 열려 있는 거다. 종말론적 역사 개방성이 이를 가리킨다. 종말에 완성될 그 전체로서의 생명은 우리가 규정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만 규정된다는 말과 통한다.

위의 마지막 문장을 보자. “이렇게 자신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확신하면서, 즉 죽음으로 선구하면서 결의성은 자신의 본래적이고 전체적인 확신을 확보하게 된다.” 죽음으로 선구한다는 것은 기독교적으로 세례의식이 가리키는 그것이다. 세례는 예수와 함께 죽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런 세례를 통해서 이미 죽음을 선구, 즉 미리 맛 본 것이다. 살아있지만 죽은 자로 인정한다. 이럴 때 우리는 예수의 부활과 더불어서 다시 산다. 부활은 생명 전체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독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참여하는 것이 우리식으로는 믿음이고, 하이데거 식으로는 결의성이다. 하이데거 철학이 왜 이렇게 기독교 신학과 비슷한지 모르겠다. 그가 원래 대학에서, 중간에 바꾸긴 했지만 처음에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다는 게 우연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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