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39)

조회 수 1052 추천 수 0 2018.02.23 21:01:34

(39)

간혹 목회에 목숨을 건 듯이 살아가는 목사들을 주변에서 본다. 대개는 목회에 성공한 이들이다. 대다수 목사들은 그들을 부러워한다. 교회를 슈퍼, 메가 처치로 키운 그들은 남다른 진정성과 카리스마를 확보하고 있다. 다른 이들이 자신들을 부러워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늘 바쁘다. 촌음을 아끼면서 목회에 전념한다. 신자들은 그렇게 헌신하는 담임 목사를 존경한다. 목사는 점점 바쁜 목회 구조에 갇히고, 이에 비례하여 영혼은 점점 더 황폐하게 된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사였던 분의 장지에서 벌어진 일화다. 고인의 사진을 가운데 놓고 자식들이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목사가 교회 일로 너무 바빠서 가족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목회 무용담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한국교회 목사와 그 가족의 영혼에 드리우는 불행한 그림자다.

바쁜 목회자의 영혼이 황폐화된다는 말은 지나치다고, 너무 나쁜 쪽으로만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자. 대형 교회이니 체계가 잡혀서 담임 목사는 오히려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교회 행정 문제는 부교역자들에게 맡기고 담임 목사는 기도와 책읽기와 설교 준비에 몰두할 수 있다. 실력과 영성과 진정성을 확보한 목사로서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의 영적인 카리스마는 더 풍성해지면서 목회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작은 교회 목사는 넉넉하여 자신의 신앙을 심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을 것 같지만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한다고 해도 대형교회, 또는 중형교회 목사의 영혼은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여기에는 신자들과의 관계가 작용한다. 신자들은 목사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종교적인 역할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그는 시나브로 길들여진다. 예를 들어서 우리 목사님은 심방을 열심히 하신다.’는 말이 신자들 사이에 회자되면 목사는 심방에 목숨을 건다. 기도를 많이 하는 목사라는 인정을 받으면 기도에 목숨을 건다. 설교를 잘한다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 더 잘하려고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목사는 신자들의 칭찬에 의해서 병들 수 있다. 건전한 설교로 교회를 성장시킨 차세대 으뜸인 이 아무개 목사의 설교를 최근에 인터넷으로 시청했다. 어느 사이에 신자들의 감정에 매달리는 설교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의 영혼이 신자들의 칭찬으로 인해서 피곤해진 게 아닌가 하는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기를 바란다.

무슨 말인가? 역설적이지만, 목사는 목회에 너무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부지런한 목회보다는 게으른 목회가 그의 영혼을 살리기 때문이다. 불성실하게 목회에 임해도 좋다는 게 아니라 아무리 목회에 본을 보이고 업적을 남긴다고 해도 그것이 곧 영혼 구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면 내려올 수가 없으니 아예 올라가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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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2018.02.24 09:29:01

정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신학적 방향성과 지향성에 대하여 깨어 있는 목사님들도

많이 계시는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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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2.24 20:26:53

당연히 저와 비슷한 쪽을 바라보는 목사님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더 멀리 더 깊이, 그리고 더 진정성 있게 목사의 길을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남은 자'를 남겨두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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