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9일 첫째와 꼴찌(1)

조회 수 1849 추천 수 6 2008.09.18 23:02:48
2008년 9월19일 첫째와 꼴찌(1)

예수께서 앉으사 열두 제자를 불러서 이르시되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하시고. (막 9:35)

무슨 일로 그렇게 시끄러웠느냐, 하는 예수님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열 두 제자를 불러놓고 예수님은 이렇게 이르셨습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누가 크냐 하고 논란을 벌이던 제자들에게 가슴 뜨끔한 쓴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경구를 읽으면서 예수님의 말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높아지려고 하지 말고 우선 남을 섬기라 하는 말씀은 보통 도덕 선생들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요. 첫째, 예수님의 말씀이기는 하지만 예수님의 독창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일반적인 도덕규범을 예수님이 인용한 것일지 모릅니다. 둘째, 이 경구는 마가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서 예수님의 말씀으로 추가된 것인지 모릅니다.

오해는 마세요. 위의 경구가 예수님의 말씀이 무조건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와 연결된 복잡한 전승 과정이 있다는 걸 강조한 것뿐입니다. 예컨대 마태복음에 따르면 천국에서는 누가 크냐 하는 제자들의 질문에 예수님은 어린아이를 가리키면서 어린아이처럼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크다고 대답하셨습니다.(마 18:1-4) 누가복음도 마태복음과 비슷한 구조로 전합니다.(눅 9:46-48) 마태와 누가의 표현은 부드러운 반면에 마가의 표현은 날카롭습니다. 마가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보다 이런 문제로 갈등이 좀더 심각했다는 의미인지 모르겠군요.

어쨌든지 예수님은 제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씀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삶도 제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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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희망봉

2008.09.19 09:27:40

2000년전 12명의 다양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무리를 공동체로 역으시며
벤쳐기업을 일으키신 예수님께서 적잖은 수고가 따라야 했듯이
어쩌면 오늘 우리들의 가시적 공동체도 여전히 그러한 수고가 필요 하겠지요.
불가시적 공동체는 더 말할 것도 없구요.
낮아 지는 연습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목사님! 오후에 서울역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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