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어린아이를 안으시고

조회 수 1855 추천 수 4 2008.09.22 22:34:30
2008년 9월23일 어린아이를 안으시고

어린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안으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시되(막 9:36)

샘터교회에 어린아이가 세 명이 있습니다. 세 살에서 여섯 살짜리로 여자 아이 둘에, 남자 아이 하나입니다. 저는 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럽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군요. 아무 것도 거리낌이 없는, 자기 존재와 완전히 일치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눈이 부십니다. 그들은 부끄러움도 모르고, 잘 난 것도 모른 채 직관에 따라서 행동하는데, 그게 아름답단 말입니다. 이런 영성은 도사(道士)에게만 가능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선다는 것도 바로 이런 어린아이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닐는지요. 잘난 것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는 듯한 태도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생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온갖 종류의 방어기제들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말 한 마디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계산해서 합니다. 자기를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머리만 굴립니다.

특히 예수 믿는 사람들은 이런 점에서 더 예민합니다. 그들의 머리에서는 선악과 성속이 완전히 구별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아주 쉽게 타종교인들과 사회적 마이너리티를 적대하거나, 기껏해야 연민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앞의 묵상에서 짚었듯이 세상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행동이 자연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바리새인들처럼 남을 판단하는 쪽으로만 머리를 굴립니다.

예수님은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후에 어린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가운데 세우시고 안으신 다음에 제자들에게 말씀을 계속하셨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누구인가요?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 속했을까요? 예수에게 안긴 어린아이인지, 아니면 남보다 커야 한다는 중압감에 사로잡힌 제자들인지, 자문해보아야겠습니다.

[레벨:4]알고파

2008.09.23 23:11:48

유대교적인 토양에서 이런 가르침을 하는 예수님을 보면서
과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오늘도 '나'를 구하려고 애쓴 하루를 마치려는 시간이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나'에 대한 집착이 적어질 희망을 가져 봅니다.
목사님께 아부하는 것 같기도하지만..
현재 한국 교회의 목사님에게서
오늘 묵상의 말씀과 같은 말씀을 듣게 되는 것이
너무 반갑기도 행복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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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09.23 23:19:41

하루하루 '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줄어들어
급기야 흙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
생명의 완성이 아닐는지요.
그러나 때로는 나에 대한 그런 집착 마저도
그냥 용서하고 봐줄 때도 있어야 할 것 같더군요.
그건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문제니까요.
바로 이 대목에 은총론이 개입해 있답니다.
단잠을 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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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slowneasy

2008.09.24 10:31:26

은총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나'를 온전히 버릴수 없다는 말씀... 절절히 동의가 됩니다. 요즘은 다비안적 시각으로 바로 직전까지 제가 몸담았던 기성교인들을 '마이너리티'로 치부하려는 못된 속성이 움트고 있음을 느끼거든요...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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