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96) 요 5:36
내게는 요한의 증거보다 더 큰 증거가 있으니 아버지께서 내게 주사 이루게 하시는 역사 곧 내가 하는 그 역사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나를 위하여 증언하는 것이요
위 구절의 문장은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으나 깔끔하지가 못하다. 공동번역을 보자. “그런데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훨씬 더 나은 증언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성취하라고 맡겨주신 일인데 그것이 바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증거가 된다.” 이 번역의 의미가 훨씬 선명하게 다가온다. 개역개정은 여기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애매모호한 단어와 문장이 나온다. 위 구절에 나오는 ‘역사’만 해도 그렇다. 두 번 나온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사 이루게 하시는 역사’가 하나이고, ‘내가 하는 그 역사’가 다른 하나다. 우리나라 말을 바르게 익힌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 역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알기 힘들다. 보통은 history를 가리키는 역사(歷史)를 생각할 수 있다. 여기는 그게 아니라 work를 가리키는 역사(役事)다. work라면 그냥 ‘일’이라고 번역하면 되지 굳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 역사(役事)로 번역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역사보다는 차라리 사역(事役)이 낫다. 공동번역의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개역개정의 ‘내가 하는 그 역사’를 단순 비교해도 어느 쪽이 더 정확하고 세련된 번역인지 쉽게 눈에 들어온다. 개역개정을 번역한 학자들은 보수 기독교 세력을 의식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번역 작업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예수의 일(work)이다. 그게 하나님이 증거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자기주장이나 제자들의 주장만으로 증거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가 누군지를 아는 바른 길은 그의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데에 있다. 그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고, 팔복 메시지를 선포했고, 율법으로부터 복음으로의 전환을 가르쳤고, 성전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다가 십자가에 처형당했다. 마 11:2절 이하를 따르면 옥에 갇힌 세례 요한은 제자들을 예수에게 보내서 ‘당신이 메시아인가?’ 하고 묻는다. 예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본 그대로 요한에게 전하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