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 패거리 의식

조회 수 1970 추천 수 5 2008.10.01 00:16:48
2008년 10월1일 패거리 의식

요한이 예수께 여짜오되 선생님 우리를 따르지 않는 어떤 자가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것을 우리가 보고 우리를 따르지 아니하므로 금하였나이다.(막 9:38)

막 9:38-41절은 따라가기가 쉽지 않는 내용입니다. 예수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은 사건을 놓고 제자들과 예수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예수를 따르지도 않는 사람이 예수의 이름으로 축귀 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요한의 질문에 대한 예수의 대답에서 인칭 사용이 문법적으로 정확하지 않습니다. 39절은 “나를 비방할 자”라고 하는데 반대로 40절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라고 합니다. 성서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38-40절은 이미 이런 형태로 확정된 전승을 마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물 한 그릇에 대한 경구인 41절은 38-40절보다는 37절에 어울립니다. 말하자면 마가는 자신의 편집 목적에 따라서 여러 전승들을 적절하게 배치한 것입니다.

이런 본문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곤란합니다. 예컨대 교회 밖에서도 예수의 이름으로 큰 능력을 행할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마가의 편집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은 마가 공동체 안에서 이미 내부와 외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에 대한 제자들의 몰이해가 핵심입니다.

요한은 주의 이름으로 큰 능력을 행한 사람에게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예수에게 전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능력을 행한 사람이 제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의 공생애 중이었는지 아니면 부활 승천 이후 초기 공동체에서 일어난 현상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제자들이 일종의 패거리 의식에 젖어든 적이 있었나 봅니다. 이것은 자기를 중심으로 주변을 재단하는 패권의식입니다. 신앙생활에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레벨:2]김바울

2008.10.01 00:47:47

요즈음 우리사회 일부 몰지각한 개신교인들(주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신교신앙을 도용하는 자들)이 하나님이름을 팔아, 실제적으로는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꾀하려는 자들의 준동을 보면서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패거리 의식이 창궐하는 씁씁한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레벨:2]둘로스

2008.10.01 08:57:57

이랬던 요한이 훗날에는 사랑의 사도로 불리게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다면 언젠가는 바뀌게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교회 안에서 더 완악해지고 굳어지는 현실은 진실한 말씀이 선포되지 않기 때문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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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01 12:58:11

김바울 님,
그런 현상들이 극데 달한 것 같지요?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끝나면 문제가 간단한데
전체적으로 부화뇌동한다는 게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킵니다.
그래도 곳곳에서 샘물처럼
복음에 천착하는 이들도 많답니다.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야겠지요.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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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01 12:59:52

위의 본문에서 요한이 훗날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짚으셨군요.
재미 있네요.
둘로스 님은 닉에 어울리게
말씀의 진정성을 늘 강조하십시다.
좋은 관점이라고 봅니다.
주의 은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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