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일 종교적 똘레랑스

조회 수 1963 추천 수 4 2008.10.02 23:15:42
2008년 10월3일 종교적 똘레랑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막 9:40)

어제 묵상의 마무리는 초기 기독교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기운을 잃고 말 어린 싹과 같았습니다. 유대교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자체도 완전히 일치된 조직으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십자가에 처형당했다가 삼일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예수에 대한 신앙 한 가지만 확실했을 뿐이지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불확실했습니다. 누가 자신들의 우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피아식별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영적인 시계가 흐린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출발한 기독교가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은 역사의 신비입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이런 상황을 위의 구절이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 투쟁적이라기보다는 평화적인, 또는 타협적인 진술입니다. 가능한대로 대립각을 좁히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그들을 반대하는 자가 누구인지, 반대하지 않는 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기독교인이 되기 이전의 바울 같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자일까요? 그러나 유대교 전체가 기독교 공동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바울은 나중에 유대-기독교에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참고적으로 한 말씀만 드린다면, 초기 기독교가 형성되던 시기에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선은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타종교에 대해서 아주 배타적인 입장의 기독교인들이 있는 반면에 포용적인 사람이 있듯이 그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라는 위의 구절을 오늘 우리에게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방향만은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타종교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기독교 내부에서 서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요. 오늘 우리에게 종교적 똘레랑스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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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08.10.03 08:38:58

묵상을 읽다가, 화이부동이란 말을 덧붙여 생각하고 싶어 집니다.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놓치지 않되, 남의 것도 존중해주고 세워 준다는 뜻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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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03 23:25:22

화이부동,
어정쩡한 입장인 것 같지만
치열한 긴장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은
삶의 태도인 건 분명하군요.
화이부동의 영성을 향하여, 아자!

[레벨:22]머리를 비우고

2008.10.04 15:37:04

이어령 교수가 그러더군요...
화이부동의 원리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돌담장에서 구현이 가장 잘 된다고요..
서양이나 가까운 일본에 비해 획일적인 방어적, 통제적 담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외부의 침입을 막을 목적도 아니고...
이 한국의 독특한 울타리 문화가 결국 '우리'라는 언어적 개념을 만들어 놓았고...
우리 집, 우리 아내, 우리 나라 등의 일인칭 복수 문화를 낳았다고 하던데...
세상은 점점 '화이부동'으로 가는데... 교회만... '동이불화'를 치닷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감리교 분란을 보면서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목사님들이 더 똘레랑스가 없는거 같아요....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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