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190

11:15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하늘에 큰 음성들이 나서 이르되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 하니

일곱째 인이 열릴 때부터(계 8:2) 일곱 천사가 차례대로 등장하기 시작하다가 이제 11:15절에서 드디어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하늘에서 큰 소리가 울립니다. 세상이 거부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 소리의 내용은 한 마디로 세상이 우리 주님의 나라가 되고, 그 세상을 주님께서 영원토록 통치하시는 것입니다. <새번역> 성경으로 들어보십시오. “세상 나라는 우리 주님의 것이 되고, 그리스도의 것이 되었다. 주님께서 영원히 다스리실 것이다.”

‘세상 나라’는 헬라어 성경 ἡ βασιλεία τοῦ κόσμου의 번역입니다. ‘우리 주의 나라’는 ἡ βασιλεία τοῦ Κυρίου ἡμῶν(of us)의 번역이고, 이어서 나오는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는 ἡ βασιλεία τοῦ Χριστοῦ αὐτοῦ(of Him)의 번역입니다. 이 세 표현에서 공통되는 단어는 ἡ βασιλεία(헤 바실레이아)입니다. 여성 명사라서 여성 정관사 ἡ가 붙었습니다. 바실레이아는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처음 선포하신 말씀에 나옵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 그가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ἡ βασιλεία τοῦ Θεοῦ입니다. 바실레이아는 reign, rule, kingdom, domain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공간적인 의미보다는 시간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를 말씀하시면서 ‘때’(καιρὸς)가 무르익었다고 짚으신 겁니다. 카이로스는 연대기적인 의미의 ‘크로노스’와 달리 존재론적인 의미가 강한 단어입니다. 구원이 때이며, 사랑의 때이고, 성령 충만의 때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때’를 늘 카이로스입니다.

우리의 주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서 왕처럼 영원히 다스린다는 요한의 진술이 옳은가요? 그게 무슨 뜻일까요? 왜 2천 년 동안 그런 일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이미 이뤄졌는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영원히’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일까요? 이미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 안에 영원성이 들어와 있다는 뜻일까요? 신학은 아직 결정적인 대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대답을 얻으려고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기다릴’ 뿐입니다. 이 기다림이 그리스도교 영성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