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일 은밀한 거동

조회 수 2086 추천 수 10 2008.09.02 23:12:31
2008년 9월3일 은밀한 거동

그곳을 떠나 갈릴리 가운데로 지날 새 예수께서 아무에게도 알리고자 아니하시니 (막 9:30)

마가는 예수님이 갈릴리 가운데로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바로 앞에서 거론된 세 가지 중요한 사건, 즉 “주는 그리스도시다.”는 베드로의 고백과 예수님에게 일어난 변형 사건, 그리고 간질병 아이 치유가 일어난 곳은 갈릴리 북쪽 가이사랴 빌립보 지역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곳을 떠나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갈릴리를 통과해서 사마리아를 거쳐 유대 지역에 들어간 뒤, 예루살렘으로 입성해야 합니다. 그 길은 죽음을 향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걸 직감했을 겁니다.
예수님은 갈릴리를 지나면서 “아무에게도 알리고자 아니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31절에 나옵니다. 오늘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그 사실 자체를 31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묵상의 주제로 삼겠습니다.
예수님은 자기의 정체와 자기 자신을 숨기셨습니다.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메시아라는 사실을 숨겼습니다. 그것을 저는 앞에서 ‘메시아 비밀’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메시아는 비밀이어야 하며, 비밀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길을 가는 사람의 거동은 마치 암행어사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기 전에는 자기의 정체를 숨겨야 하듯이 은밀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흉내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수의 제자라고 한다면 그런 은밀한 거동의 영성을 조금은 맛보아야 하는 게 아닐는지요.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가능한 대로 숨기고 사는 게 옳은 게 아닐는지요. 신앙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비밀이래서 그런 겁니다. 그렇게 자기를 숨기면서도 자유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기독교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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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08.09.03 10:58:14

그리스도인임을 드러내는 것이 미덕인 작금의 분위기에서
목사님의 '은밀한 거동의 영성'에 대하여 좀 더 알고싶습니다.

모슬렘국가에 단기선교를 가서도
그리스도인임이 드러나지않으면
신앙적 비겁함에 사로잡힐 것 같은 ..
그러한강박적 태도를 교정할 만큼의
강도있는 설명이 듣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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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09.03 12:36:52

유니스 님,
은밀한 거동의 영성(?)과 단기선교의 관계에 대해서
대글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겠군요.
일단 단기선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바람직한 게 아니거든요.
일단 타종교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거나
그런 준비를 하는 게 정말 하나님의 뜻인지는 조금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단기 선교가 무조건 부정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야 하는지 아닌지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우리의 신앙과 삶이 일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드러내야 하구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숨겨야겠지요.
두번째 문제가 질무의 핵심이지요?
서울역 앞에서 마이크로 찬송을 부르거나 전도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렇게 공격적으로 기독교를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진리의 은폐성은 둘째 치고,
다원사회에서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상식에서도
이런 기독교 패권적 태도는 바람직한 게 아니겠지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기독교가 너무 깊숙이 참여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겁니다.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은 소금과 같아서
자기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겁니다.
유럽처럼 조직과 체제로서의 교회는 줄어들더라도
기독교 정신을 살리는 문화가 살아난다면
우리는 그걸 택해야겠지요.
지금처럼 기독교가 가시적인 자기 과시에 물든 상태는
어느 쪽으로 봐도 정상은 아닙니다.
우리는 '없이' 존재하는 방식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닐는지요.
좋은 하루.

[레벨:22]머리를 비우고

2008.09.03 13:43:48

유니스님 의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못한 것이라면 죄송스럽지만
일단 유니스님 글을 보면 좀 빠른 이야기 같지만...

거짓말을 해서라도 선교를 해야 하느냐는 윤리적 고민 같은데요...
그건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의 문제보다는 그걸 어떻게 받아 들이냐의 차이 같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속이는 것(감추는 것?)도 무방한게 아닐까요?

제가 아는 스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스님이 고기와 술을 먹어야 하냐?고 질문하니까 ...

급할 때 자기 살을 베어 먹을 수 있다면 고기를 먹고
자기 소변을 마실 수 있다면 술을 먹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

누군가 자기에게 땡중이 술을 먹는다고 놀리길래...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그 사람 소변을 컵에 받아
절반은 자기가 마시고 나머지 반은 소변을 본 사람에게 마시라
하면서 술이나 이게 무슨 차이가 있냐? 했더니..
'자기가 잘못했다'고 하더랍니다.
전 그 이야기듣고... 당신이 원효대사라고 농담했는데....

비본질에 목숨걸지 말아라... 본질은 달라질게 없다는 이야기겠죠.

요즘 잘 나간다는 장 아무개 목사님 '스님 개종 발언'때문에 지금 불교계가 발끈하고 있습니다.
'종교 편향 반대'를 외치는 불교계에 기름을 부은 꼴이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런 분들이나 반대를 외치는 분들이나 다 똑같아 보입니다.
장로 대통령 뽑아놓고 교회의 지도자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거나
교회에서 타 종교에 대해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는 그 과감한 공격성은 이제 좀 변해야 겠지만
'종교 편향 반대'를 주장하면서 여전히 관광 수입 앉아서 꼭박 받아 챙기며 세단 몰고 다니시는
사판 스님들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뭐 굳이 정치까지 응용하면 건국절 한답시고 임시정부 시절 쏙 빼먹는 사람들이나 그거 반대한다고 김구 선생님 무덤 앞에서 울분의 난리 부르스 치는 분들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라는 생각입니다.

정목사님 설교 비평서적에서도 그러시고...
요즘 읽는 판넨베르크 사도신경 해설에도 그렇고...
예수님 오실 때 까지 세상 조화는 '잠정적'이라는 말을 참 많이 묵상하게 됩니다.

전 거기서 그리스도인의 자유함을 조금 맛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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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08.09.03 13:45:31

목사님 댓글 감사합니다.

자기부정적 소금이라면
음식속에 녹아서 모습도 보이지않는다는 거..
말씀가운데 새삼스럽게 깨닫네요.^^

또,
'기독교 정신을 살리는 문화'를 언급하셨는데
저도 이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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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시와그림

2008.09.03 18:21:47

'은밀한 거동' '비밀' '자기숨김' 등은
행동지침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깊은 '영성'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그리고 그 영성에서
생명 사건에 참여한 자 다운 행위가 나올 수 있구요...

암튼, 제가 여지껏 배워왔고 느껴왔던
신앙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다시 배울 수 있는 것이 기쁘기도하고 화가 나기도하고...
그래서 더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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