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59- 쪽지!

조회 수 573 추천 수 0 2022.05.20 08:34:13

() 059- 쪽지!

059.JPG

우리 집 중문에 붙여놓은 쪽지다.

천천히!”

중문을 열면 현관이다.

거기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중문 열고닫기는 예술이다.

신공이라 해도 좋다.

고양이는 아무리 영특해도 열지 못하고,

침팬지 정도는 돼야

강훈련을 통해서 열 수 있겠다.

손잡이가 따로 없고 세로로 파인 홈만 있으니

일단 그 홈에 손가락 끝을 들이밀어야 한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손가락의 힘만으로는 열지 못한다.

손 전체와 손목과 팔과 어깨,

그리고 발과 엉덩이와 허리와 가슴,

몸 전체가 밸런스를 맞춰서 적당하게 힘을 줘야 한다.

2초 정도 걸리는 그 순간에

소리도 듣고 무게도 느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과 몸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사물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생명 경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 집 중문은 유달리 무겁다.

문을 열고 다시 당겨서 닫을 때 자칫

집이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난다.

문소리 안 나게 하자고 가족에게 신신당부했으나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몇 번이나 시범을 보여줬다.

문과 문틀이 만나는 그 순간을

세밀하게 몸으로 느끼면서 이렇게힘을 빼라고 말이다.

그런데도 계속 무심코 문을 여닫는다.

쪽지까지 붙였으나 여전히 해결이 안 된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기도를 드렸다.

주님, 하루빨리

저의 가는 귀를 멀게 해주십시오.

그렇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살았으니,

여전히 듣고 싶은 소리도 여럿이긴 하나

이제 소리 없는 세계에서 살 준비를 해야겠다.

완전한 침묵과 적막과 고요!


profile

[레벨:17]김사관

2022.05.20 11:35:26

목사님, 저희 집(사택) 중문에 붙여놓은 손잡이와 스티로품이 부끄럽습니다. ^^

첨부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2.05.20 21:18:00

와, 문소리를 완전히 흡수하는 장치군요.

나도 고민해보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483 Agnus Dei [1] 2015-12-10 56322
6482 12월25일 그가 살아나셨다(8) [1] 2009-12-24 55696
6481 누가복음 톺아읽기 199 2021-08-06 40229
6480 주간일지 2월27일 예수 변모 주일 file 2022-02-28 38072
6479 복음 (1), 3월23일 [7] [2] 2006-03-23 28295
6478 마사토 file [4] 2015-04-23 20020
6477 3월9일 데나리온 [5] 2009-03-09 17664
6476 하나님의 아들(막 1:1), 3월20일 [15] 2006-03-20 14532
6475 낙타털 옷, 4월6일 2006-04-06 13636
6474 10월30일 제삼시 2009-10-29 12977
6473 결혼예식 기도문 [2] 2013-10-18 12512
6472 오순절 마가 다락방 [2] 2016-05-16 12412
6471 예수 그리스도 (막 1:1), 3월21일 [5] 2006-03-21 10578
6470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막1:1), 3월22일 [2] 2006-03-22 10544
6469 원당일기(70)- 창 file 2020-09-18 10119
6468 6월23일 발먼지를 털어내라. 2007-06-23 9963
6467 교회 일꾼들을 위한 기도, 11월20일(화) [1] 2012-11-20 9819
6466 선지자 이사야, 3월26일 [1] 2006-03-26 9596
6465 복음 (2), 3월24일 [4] 2006-03-24 9595
6464 선지자 이사야의 글, 3월27일 [12] [1] 2006-03-27 9525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