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821, 성령강림 후 11

 

1) 시내 산과 시온 산- 12:18~29절에서는 시내 산과 시온 산이 대비된다고 설교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히브리서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수를 구약에 근거하여 변증하는 성경이기에 그렇습니다. 시내 산은 실존의 어두운 깊이를 보여줍니다. , 나팔소리, 흑암, 구름 등등이 메타포로 사용되었습니다. 모세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시온 산은 예수를 통해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구원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그 예수와 그를 통해서 발생한 사건이 히브리서 공동체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라로 인식되고 경험되었습니다. 그것은 율법 신앙으로부터 복음 신앙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사유 틀의 변화)입니다. 오늘 히브리서 본문으로 설교하는 게 힘들었는데, 몇몇 분들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 피로가 싹 풀렸습니다. “히브리서를 본문으로 이런 설교가 나온다는 게 놀랍다. 뭔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하다.” 덕담이긴 하지만, 서로 영적인 공감이 일어난 듯하여 설교자로서 기뻤습니다. 저는 목회자로서 교회 성장에 뚜렷한 업적이 없습니다. 게으른 종이라는 판단을 나중에 주님에게서 받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설교문을 가능한 한 많이 남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1천 편 가량을 썼는데, 2천 편을 쓰고 죽고 싶다고 만천하에 밝혔습니다. 정신과 몸이 어느 정도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에!

 

2) 교인 간담회 후기- 예배 후에 교인 간담회가 온(유튜브 라이브), 오프 병행으로 열렸습니다. 특이한 방법입니다. 다른 이들이 접속한다고 하더라도 거리낄 게 전혀 없어서 가능한 방법입니다. 교회 재정도 우리는 완전히 투명하게 관리합니다. 교인이라면 누구나 장부를 볼 있습니다. 작은 교회니까 가능한 거겠지요. 간담회가 혹시 과격하게 흘러가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너무 심심하다 할 정도로 평화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간담회 후에 열린 청빙위원회의에서 청빙위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교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핵심은 새로운 목사를 청빙하여 새로운 교회로 나아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정용섭 목사가 당분간이라도 예배와 설교를 담당하게 하는 게 좋은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 일을 운영위원회에 넘기기로 한 겁니다. 천천히 단계를 거쳐서 진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모두 수긍하겠지요. 대구 샘터교회는 일반적인 교회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그동안 담임 목사로서 우리 교회 형태를 단계별로 바꿔가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1) 정용섭 목사가 모든 문제를 단독으로 처리하던 단계, 2)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되는 단계, 3) 정 목사가 운영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일반 신자가 맡는 단계, 4) 정용섭 목사가 담임 목사직을 내려놓는 단계, 5) 정 목사가 교회를 완전히 떠나는 단계. 중간에 교육 담당 전도사가 활동하던 기간이 4년 정도 있었습니다. 교회의 상처로 남았습니다. 지금 4)번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4)5)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도 있고, 나눠서 갈 수도 있습니다.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좋다면 제가 떠나는 거고, 나눠서 가야 한다면 당분간 담임 목사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설교와 예배 담당 목사로 남는 겁니다. 담임 목사직을 내려온다는 말은 교회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신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정을 따를 겁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로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십일조 헌금이나 각종 감사헌금도 없고, 자체 건물도 없고(월세살이), ‘경배와 찬양’ 집회도 없고, 당회도 없고, 안수집사도 없고, 구역이나 목장 같은 교인 조직도 없고, 교육 활동도 빈약하고, 성가대도 없습니다. 교단 배경도 없고, 부교역자도 없고, 새벽기도회도 없고, 금요심야기도회도 없고, 주일성수 개념도 없고, 교회 행사도 아주 필수적인 것 외에 거의 없습니다. 없는 게 너무 많습니다. 있는 게 드뭅니다. 그래서 오히려 자유롭게 ‘집도 절도 없이순전히 예배 공동체로서만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런 교회가 과연 한국교회 풍토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요? 특히 보수적인 대구지역에서 말입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미션 임퍼시블게임을 한 겁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간담회 때 말씀드렸듯이 대구 샘터교회는 영적 노숙자들의 쉼터입니다.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듯 했으나, 교회가 기특하게 지금까지 지탱되었습니다. 그러나 살짝만 건드려도 크게 휘청거릴 겁니다. 6, 7년 전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대구 샘터교회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잘 버텼고, 지금은 원래의 수준까지 왔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시절이라 더 불확실합니다. 우리에게는 매 단계가 실험적이었습니다.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고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교회 구성원 여러분이 결정하십시오.

 

3) 요약문- 아래는 교인 간담회에서 밝힌 제 생각의 요약문입니다. 주보에 실렸습니다. 혹시 읽지 못하거나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여기 다시 올립니다.

 

오늘 우리는 후임 목사 청빙 건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유튜브 병행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우리 교회 밖의 사람들이 들어도 부끄러울 게 없다는 태도로,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간담회에 임하면 됩니다. 이 문제는 선과 악, 또는 개혁과 반개혁의 대립이 아니라, 소풍을 바닷가로 가느냐, 산으로 가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후임 청빙 문제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집단 지성과 영성으로 잘 풀어가겠지, 하고 기다렸습니다. 갑자기 운영위원장 유고가 생겼습니다.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었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담임 목사가 교체되면 구성원의 결속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냥 묻어두고 갈 수도 있으나 이왕 그렇게 된 거 교우 모두에게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드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생각을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청빙위원회가 꾸려지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교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빙 절차가 진행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용섭 목사가 은퇴 후 당분간이라도 설교 목사로 활동하는 안()을 폐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두 가지는 서로 겹쳐있기는 합니다. 이렇게 염려하는 이들이 소수인지 다수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으나, 소수라고 하더라도 일단 존중받아야 합니다. 제가 은퇴할 때까지 아직 14개월이 남았으니까 그분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거치면서 청빙 속도는 조절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교우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어떤 교우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많은 교우가 당신을 설교 목사로 원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질문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대구 샘터교회 담임 목사직 자체도 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건 형식입니다. 제 관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바울을 흉내 내서 좀 그렇지만,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하나님 나라(바실레이아)에 근거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유앙겔리온)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그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전(설교)하는 일입니다. 오직 설교 행위와 거기에 관련된 일에만 거룩한 조급증을 느낍니다. 제 설교가 독보적으로 탁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쨌든지 그 일을 저는 지난 20년 이상 구도적으로 대구 성서아카데미’(20019월 시작)에서 실천했습니다. 아카데미가 저에게는 온라인교회이자 목회 현장입니다. 그 회원들이 제 목회의 대상입니다. 그동안 대구 샘터교회는 아카데미에서 실행되는 저의 여러 활동 중에서 예배와 설교기능을 감당했습니다. 이 문제는 간담회에서 보충 설명하겠습니다.

수년 전 교인 간담회(또는 총회?)에서 담임 목사직을 2023년 말로 내려온다고 말할 때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선택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 은퇴 후에 정 목사가 계획하는 원당의 예배 모임에 소수 교인이 동참하고, 대부분 교인은 새로운 목사와 대구에서 현재 교회를 꾸린다. 2) 정 목사 은퇴 후에 담임 목사 없이(평신도 교회) 신학대학교 교수 등, 나름 수준급 설교자를 초빙하여 예배를 진행한다. 3) 정 목사가 예배와 설교 담당 목사로 활동한다. 그 외에 우리 교회가 교단에 가입하거나 다른 교회와 합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당시 말할 때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리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미래를 열어두고 때가 오면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후임 목사 청빙 쪽으로 일이 진행되어 버렸습니다. 시행착오는 바울이 살아있던 교회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는 1번입니다. 가능한 한 샘터교회와 상관없이 아카데미 회원을 중심으로, 대구 샘터교회와 서울 샘터교회도 원래 그렇게 시작했는데, 원당에서 작은 예배 모임(수도원?)을 이끌고 싶습니다. 대구 샘터교회 미래를 걱정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건 구성원들이 마음 단단히 먹고 극복해나가야지요. 그럴만한 저력이 있기도 합니다. 후임 목사가 올해나 내년 초에 결정되면 교회 창립 20주년인 20236월에 맞춰 신, 구 목사를 교체하는 게 가장 보기 좋은 그림이 될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주시기를

 

3) 표지 사진- 이번 주보 표지그림은 연꽃입니다. 뿌리는 수면 아래 진흙에 내리고, 꽃은 수면 위로 살짝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색깔이 정말 곱네요. 저 꽃을 바라보는 순간 언제 기회가 되면 연꽃 축제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축제에는 사람이 너무 몰리겠지요. 지난 82일 경주에 있는 어느 카페 연못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경주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도시더군요. 사진을 다시 여기에 올립니다.

     0821.JPG

 

4) 이모저모- *훈 박*영 집사 딸 지운 청년이 오늘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두 주 후에 다시 캐나다로 돌아갑니다. 이제 대학 1년을 마쳤다고 하네요. 건강하게 공부 잘하고, 겨울 방학(?) 때 또 봤으면 합니다. 어느 사이에 멋진 여대생으로 성장했네요./ *영 군이 코로나 확진되어서 부모인 현*, *선 집사까지 모두 교회에 빠졌습니다. 현 군은 9월 하순에 핀란드 아무개 대학교 (물리학 전공)박사과정 및 연구원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현 군은 태어날 때부터 제가 잘 알고 있는 청년입니다./ 포항에서 월 1회 예배에 참석하는 곽*기 김*미 부부가 오늘 예배에 와서 교인 간담회까지 참석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교회 등록하지 않으시려나?/ 합천에 귀촌하신 김 장로, 김 집사 내외가 애써 키운 푸성귀와 방토와 찰토마토를 한수레 가져오셨더군요. 우리집에도 한보따리가 왔으니 얼마나 많이 가져오셨는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루디아 모임에서 먹으려고 감자도 삶아오셨다고요. 귀한 선물로 모두 마음이 푸근해진 듯합니다. 우리집 올해 토마토 농사는 망쳤는데, 덕분에 당분간 아침 식단에 토마토가 올라오겠네요. 고맙습니다./ 제 아내가 텃밭에 핀 부추꽃을 보더니 부추꽃이 피면 아침저녁으로 시원해진다는 말이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 좋은 계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으로 우리의 삶이 크게 위축되었으나 관점만 바꾸면 얼마든지 풍요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일주일 행복하게 지내시고 오는 주일에 예배 현장이나 온라인으로 뵙겠습니다. 저는 열심히 예배와 설교 준비를 해보겠습니다. 주어진 시간까지!

 

5) 헌금- 821: 1,510,000(온라인 1,030,000, 현장 480,000/ 미등록교우 김*, 무명)/ 통장: 농협 301024-33-25171(대구 샘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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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133- 늙은 호박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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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텃밭에 심은 늙은 호박 모종이 저런 호박을 맺었다. 지름이 30cm 조금 넘고 무게는 몸 계량 방법으로 5~6kg은 되지 싶다. 저 늙은 호박 덩굴의 뻗어가는 힘은 어떤 외계 생물체를 보는 듯하다. 거칠 게 없는 기세가 보는 사람을 두렵게 할 정도다. 뻗은 덩굴 줄기를 실측하지는 않았으나 다 합하면 눈짐작으로 최소한 50m 길이는 족히 된다. 직접 만져본 분들만 알겠지만, 표면이 얼마나 딱딱한지 힘이 약한 사람은 칼을 써도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지구가 아직은 살아있다.

물(物) 132- 나팔꽃 fil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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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131- 방울토마토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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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에게서 얻은 방울토마토를 옅은 녹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놓고 매일 아침 몇 개씩 가족들이 나눠 먹는다. 저 친구들이 겉으로 보기에도 탄력이 넘치지 않는가. 어금니로 깨물면 방울토마토 특유의 식감을, 그리고 더 집중하면 향까지 입안 가득히 느낄 수 있다. 그런 감각이 충만해질 때마다 지구가 에덴동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여기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데에 더 필요한 게 무엇이랴.

물(物) 130- 부추꽃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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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기와는 공장에서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처럼 기계를 돌려 대량 생산하는 게 아니라 도예가가 도자기를 만들어내듯이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들고, 햇빛에 말린 다음 불로 구워낸다. 흙과 물과 태양과 불의 조합에다가 사람의 몸과 땀이 가미되었다. 저 기와지붕 위에도 많은 비가 내렸으며, 강렬한 태양 빛이 내리쪼였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스쳤다. 새들도 잠시 쉬어갔겠지. 어쩌다가 피사체도 된다. 만물이 귀하고 사랑스럽다.

물(物) 120- 치간 칫솔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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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120- 치간 칫솔 치아 건강에 신경 쓰는 다른 이들처럼 나도 언제부턴가 치간 칫솔과 치실을 사용한다. 저렇게 자기 몸을 관리하는 지극정성으로 마음과 영혼도 관리하면 오죽 좋으랴. 매 순간을 생명 중심성 안에서, 만물을 창조의 깊이에서, 매사를 구도적으로, 종말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물(物) 119- 가락국수 fil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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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119- 가락국수 2022년 8월14일 낮 12시50분 동대구역 대합실 동쪽 끄트머리 분식집 비슷한 작은 식당 식탁 위에 가락국수가 다소곳한 모습으로 놓여있다. 저기에 우주가 다 담겼다. 밀가루는 태양에서 왔다. 밀이 자라는 들판이 눈에 선하다. 김은 바다에서 왔다. 모든 생명의 고향인 바다 내음이 난다. 호박은 땅에서 왔다. 광합성을 많이 하려고 유난히 크게 자라는 호박잎의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파가 있고, 게맛살이 있고, 계란말이도 있다. 그 무엇보다 국물이 있다. 그날 그 순간 ...

주간일지, 8월14일, 성령강림후 10주 file

  •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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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8월14일, 성령강림 후 10주 1) 포도원의 노래- 이번 설교 본문인 사 5:1~7절에는 ‘포도원 노래’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단락입니다. 그가 ‘사랑하는 자’는 하나님입니다. 포도원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그들은 주인의 돌봄과 바람과는 달리 좋은 포도를 맺지 못하고 들포도만 맺을 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위대한 선지자들의 말씀을 직접 들으면서 살던 당시 사람들은 오늘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하나님을 믿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실제로는 전...

물(物) 118- 마스크 file

  • 2022-08-13
  • 조회 수 531

물(物) 118- 마스크 지구촌 인류가 벌써 3년째 마스크를 착용한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날이 오긴 오려는지. 마스크 정도가 아니라 모두 방독면을 써야 할 순간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 잘난 인간이 바이러스 앞에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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