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1일 오병이어 (17)

조회 수 1652 추천 수 3 2007.08.10 23:34:32
2007년 8월11일  오병이어 (17)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고 또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시매 (막 6:41)

오병이어와 하늘이 맞닿아 있다는 진술이 단순히 관념적인 게 아니라 사물의 심층을 뚫어보려는 세계관이라는 사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물(物)에 대한 하이데거의 설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군요. 직접 그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물은 잔과 걸상, 오솔길과 쟁기 등이다. 그러나 물은 또한 그것의 방식에 따라 나무와 연못이고 냇물과 산이다. 물은 그 때마다 체재하면서 그들의 방식에 따라 물화하면서 왜가리와 노루, 말과 황소이다. 물은 그 때마다 체재하면서 그들의 방식에 따라 무화(無化)하면서 거울과 혁대쇠, 책과 그림, 왕관과 십자가이다.”(Das Ding 181)
예수님 손에 들린 빵은 바로 직전에 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아니 하나의 밀알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폐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어느 날 땅, 하늘, 비, 탄소 등등의 결합으로 분명한 형태를 이루고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이 빵은 곧 사람들의 위 안으로 들어가서 어떤 부분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영양소로 바뀌고 어떤 부분은 다시 배설될 것입니다. 그것들은 또 다시 어떤 방식으로 물화(物化)하겠지요.
하이데거는 물이란 사중자(Gevierte), 즉 땅, 하늘, 신성한 것들, 사명할 자들의 회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에게서 세계는 이 사중자가 겹침으로 발생하는 거울놀이입니다. 거울에 이런 모습으로 비칠 때도 있고, 저런 모습으로 비칠 때도 있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하나님의 창조인 세상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오병이어는 땅, 하늘, 신성한 것들, 사멸할 자가 어우러져서 이뤄내는 거룩한 창조사건입니다.

[레벨:2]솔나무

2007.08.12 01:21:20

귀한 깨달음을 주시네요.
거룩한 창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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