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18- 가위

조회 수 1041 추천 수 0 2022.03.24 08:30:51

() 018- 가위

018.JPG

어릴 때는 저런 가위도 귀했다. 오랫동안 내 손에 길들었다. 가볍고 날도 잘 들어서 쓰기에 편하다. 저 가위를 뒤집으면 프린팅된 WHAShiN이라는 상품명이 보인다. 사진에 보이는 면에는 중간에 다음과 같은 알파벳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아주 작은 글씨라서 그냥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글씨를 작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STAINLESS STEEL MADE IN CHINA이 가위는 이래 봬도 물 건너온 외제라는 말이다. 하루에도 두세 번은 이 가위를 사용한다. 혹시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때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있으신지. 종이가 잘릴 때 손으로 전달되는 물리적 힘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 황홀하다. 어린아이들이 가위놀이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싶다. 가위, 하면 평생 함석세공 노동자로 사시다가 1988년도에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난다. 지금의 내 나이쯤이다. 그분은 평생 가위를 손에 들고 살았다. 종이나 천을 자르는 가위가 아니라 함석을 자르는 가위다. 나도 어렸을 때 그분 옆에서 흉내를 내봤는데, 잘 안 됐다. 손아귀 힘이 많이 부족했고, X자 가윗날과 함석이 만나는 지점을 정확하게 느끼는 기술이 부족했다. 저 가위는 특별한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내 남은 인생과 수명을 함께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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