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108
6:12
내가 보니 여섯째 인을 떼실 때에 큰 자진이 나며 해가 검은 털로 짠 상복 같이 검어지고 달은 온통 피 같이 되며
12절에서 요한은 여섯째 인이 떼어질 때 지진과 일식과 월식 현상을 봅니다. 고대인들이 저런 현상을 겪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이 갑니다. 오늘 우리는 지질학과 천문학을 어느 정도 알기에 고대인들처럼 큰 충격을 받지는 않습니다. 일식이나 월식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불러오지 않으나 지진은 오늘날에도 규모에 따라서 아주 심각한 피해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첨단 과학 장비를 이용해서 관측해도 그 조짐을 완벽하게 알아낼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다행스럽다고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는 판이 충돌하는 지진 층에서 빗겨나 있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현상은 판의 이동으로 바다가 산이 되기도 하고, 산이 바다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아무리 잘난 척해도 지구라는 생태계 안에 완벽하게 의지해서 삽니다. 다른 생명체도 물론 마찬가지이고요.
언제부터인가 인간이 이런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캄브리아기 이후로 그 어떤 생명체도 저지르지 못한 일을 인간만이 일으키는 중입니다. 지구 생태계가 인간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그 현상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단의 지구 학자들이 현대의 지질 시대를 ‘인간세’(Anthropocene)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본래는 지금의 지질 시대가 신생대 4기 ‘홀로세’였거든요. 홀로세는 대략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가리킵니다. 홀로세가 시작할 때 지구에 사는 동물들은 대개가 야생동물이었으나 지금은 가축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소와 닭과 돼지처럼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가축만 많아지니까 다른 종들이 멸종하고 있다네요. 이런 일이 지구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구원일지 파멸일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현상을 더는 묵과할 수 없어서 특단의 조치를 실행하지는 않을까요.
저번 주 목사님 댁에 갔을 때 집 뒤의 산에 올라가니 평평한 곳에 무덤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햇빛이 따뜻하게 드는 곳이라 참 아늑하고 좋았습니다. 거기서 조금 위로 올라가는데 옆에서 고라니가 깜짝 놀라서 뛰어 바로 옆의 산으로 도망갔습니다. 가축뿐이 아니라 아직도 야생동물이 많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개발로 이어져서 야생동물의 터전을 없애고 있으니 문제이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