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25) 10:18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나는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으니 이 계명은 내 아버지에게서 받았노라.

 

초기 기독교 당시에 사람들은 다음의 한 가지 사실을 궁금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나님과 같은 영적 권위가 있는 존재인 예수가 어떻게 세상의 권력에 의해서 죽었느냐, 하고 말이다. 신앙생활을 오래 한 이들도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당시 영지주의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죽음을 실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수는 신이기에 인간이 겪어야 할 죽음의 고통을 겪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예수는 그림자처럼 살았기에 십자가 죽음도 그림자나 마찬가지다. 이런 주장을 가현설(Docetism)이라고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 신자들의 예수 표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수는 그들에게 신으로만 받아들여진다. 이 문제와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우리를 죄에서 용서받게 하려고 십자가를 졌다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예수 죽음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영원한 신비로 남아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 다 알지 못하는 문제는 종말의 차원으로 남겨 두는 게 낫다. 이를 억지로 설명하려다 보면 모순에 떨어져서 구원의 신비가 묻히게 된다.

예수에게 목숨을 버릴 권세가 있고, 다시 얻을 권세가 있다는 말은 예수가 하나님처럼 모든 궁극적인 문제를 자유자재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방식이라면 굳이 십자가 죽음을 통하지 말고 말 한마디로 세상을 구원했어야만 한다. 예수는 자신의 능력으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다. 그는 하나님께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맡긴 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예수만이 하나님을 신뢰한 자다. 하나님의 뜻과 때에 철저히 부합한 자다. 그는 십자가 처형까지 감수할 수 있었다. 구약의 선지자들도 하나님의 뜻과 때를 따라서 살긴 했으나 예수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그렇게 살았다. 선지자들은 선지자 전통에서 배운 것을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실현해냈다면 예수는 하나님과 하나가 된 인물이다. 배워서 그렇게 산 게 아니라 안에서 가득한 것이 밖으로 흘러나왔을 뿐이다. 하나님은 자기를 온전하게 신뢰한 유일한 인물인 예수를 통해서 인간 구원의 길을 내셨다. 예수는 십자가에 죽었으나 다시 생명을 얻었고,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예수를 믿음으로써 생명을 얻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예수에게는 목숨을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다고 말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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