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359) 16:7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리 

 

16:7은 요한복음의 특징을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구절의 하나다. 이 한 구절을 깊이 있게 해석하려면 A4 용지 10장은 필요할지 모르겠다. 실상, 예수의 떠나심, 제자들의 유익, 예수와 보혜사의 관계 등등은 기독교 신앙의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우리말 성경의 실상이라는 단어는 이 대목에 어울리지 않는다. 성경 용어가 아니기도 하다. 성경 용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낯선 용어라고 해서 사용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용어는 그 문맥에서 꼭 필요할 때만 쓰는 게 좋다. 우리말 성경에는 이런 어색한 번역이 자주 나온다. 문장으로도 그렇고 단어 사용에서도 그렇다. 이런 번역이 나오게 된 이유는 여럿이다. 그중의 하나는 최종 번역문을 어떤 한 사람이 일관성을 갖고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무책임한 일이다.

실상은 헬라어 알레테이아의 번역이다. 요한복음이 중요하게 다루는 단어에 속한다. 이 단어는 보통은 진리로 번역되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14:6)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8:32). 대부분의 영어 번역본도 이 구절에 나오는 알레테이아를 진리라고 번역했다. “Nevertheless I tell you the truth.”(KJV) 루터 성경도 진리라고 번역했다. “Aber ich sage euch die Wahrheit.” 그런데 유독 우리말 성경만 16:7절에서 이 단어를 실상으로 번역한 이유를 알 길이 없다. 헬라어 알레테이아는 truth, truthfullness, reality라는 뜻이 있기에 실상이라는 번역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고,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것도 아니긴 하다. 그러나 좋게 봐도 이 문맥에서 실상은 종교적 의미를 담지 못한 죽은 번역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참고로, 의역에 치중한 공동번역에는 그러나 사실은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라고 나온다.

예수가 떠나는 게 제자들에게 오히려 유익한 이유는 보혜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혜사(파라클레토스)는 요 14:16절에 이미 나온 위로자로서의 성령을 가리킨다. 그는 진리의 영(14:17)이기도 하다. ‘보혜사라는 단어도 역시 어색하다. 요즘에 저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예수가 떠나야만 위로의 영이며 진리의 영인 성령이 온다는 말은 예수 이후(post Jesus) 시대에 제자들이 감당해야 할 영적 실존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도 역시 우리를 근본에서 위로하고 진리에 이르게 하는 영을 통해서 예수와 그의 복음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파라클레토스가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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