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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44- 신용카드
신용카드가 만료된 줄도 몰랐다.
세월이 그렇게 빠르게 지났다니
웃음이 났다.
처음 저 카드를 발급받았을 때
만료 표시 ‘03/22’를 보고
그 시간이 오기는 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재발급받은 카드 만료는 ‘03/27’이다.
5년 뒷면 내 나이가 몇이지, 하고
잠깐 생각했다.
이렇게 신용카드 재발급 몇 번 받다가
내 인생의 후반부 시간이 다 끝나는 중이다.
초6 때에 처음으로 전자시계라는 물건을 손목에 찼습니다.
11시11분11초, '1' 이 여섯개 나란히 늘어선 그 1초를 지켜보는게 매일매일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11월 11일 11시11분11초엔 아주 신이 났었죠. 그게 뭐라고.
1111년도를 살지 못하는게 한스러웠지만,
언젠가 2022년 2월 22일 22시22분22초를 꼭 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우주의 어느 한 유일무이한 2의 행진을 지켜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어요.
몇달 전 문득 초6때 그 생각이 나면서 디지털시계에서 12개의 2가 줄서는 순간을 지켜봤지요.
그 소감이 어땠는가 하면....
"아... 이 날이 오네, 40년이 안걸려서 결국 이 날이 왔구나.
..........................
..........................
죽는 날도 결국 오겠구나!"
살면서 나의 죽음이 가장 현실감 있게 짜릿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고도 질병도, 누군가의 장례식도 아닌 전자시계를 보면서 말이죠.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전 어릴 때 2000년이라는 그 까마득한 연도가 올까. 싶었습니다.ㅎㅎ
그런데 2000년하고도 22년이나 지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