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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52- 아카시아꽃
요즘 나는 식탁에 앉을 때마다
유리창 건너편에 피어 있는 아카시아꽃을 자주 본다.
20~30미터 떨어졌다.
옛날 아카시아꽃 따먹던 시절을 생각하여
가까이 가서 손으로 만지고 코를 들이밀었다.
옛날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요즘 벌이 확실히 크게 줄었다.
아카시아꽃 주변에도 벌이 날아오지 않는다.
매화가 한창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벌떼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소리가
마치 헬리콥터 지나는 소리 같았다.
오늘 아침 식탁에서도
둘째 딸과 빵, 계란후라이, 토마토, 사과,
그리고 커피를 앞에 놓고
딸이 읽는 김승희의 『33세의 팡세』와
내가 그 나이 때에 읽었던 전혜린의 글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승희의 글에
“시 쓰기는 영원한 자살 미수다.”라는 내용이 있다던데,
눈으로는 아카시아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