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조회 수 2950 추천 수 3 2010.05.15 23:42:23

 

     오늘은 스승의 날이라 하오. 그대는 스승이 있으신지.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오. 스승을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쉽겠소. 나에게는 기억나는 스승이 없소. 안타까운 일이오. 초등학교 시절의 스승은 얼굴도 가물가물하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기억에 남는 분은 있지만 스승이라 부를만한 분은 만나지 못했소. 불행한 일이오. 직접은 만나지 않고 책을 통해서 배워도 스승은 스승이라 한다면 나에게도 스승은 많소. 우선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박사님이 스승이오. 그분에게서 신학을 많이 배웠으니 스승이라 할 만하오. 나는 <판넨베르크의 계시론>으로 박사 논문을 썼소. 판넨베르크 사상에 대해서 모든 걸 꿰뚫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대충은 알고 있소. 내 신학의 뼈대는 기본적으로 판넨베르크 신학이라 보면 되오. 루터와 바르트도 스승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있소.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말이오. 신학자 외에 하이데거와 장자를 스승이라고 생각하오. 그분들이 말하는 존재와 도는 내 신학의 철학적 토대가 되었소. 그 외에도 영향을 받은 대상을 열거한다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이 많소. 그러니 직접 만나서 배운 스승이 없다 해도 나는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오.

     근본적으로 본다면 사람은 참된 스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오. 두 가지 면에서 그렇소. 하나는 스승도 진리에서 제한적이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공부라는 게 사람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진리 자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오. 스승은 자칫 제자들을 오도할 가능성이 오히려 많소. 바래새인이나 서기관들처럼 스스로 스승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것 같소. 오죽했으면 예수님도 스승은 없다고 말씀하셨겠소. 그러니 그대는 스승을 너무 찾지 마시오. 스승이 없다고 해서 주눅이 들 필요도 없소. 스승이 있다면 적당하게 거리를 두시구려.

     다른 한편으로 모든 사람이 우리의 스승이 될 수도 있을 거요. 그런 말이 있지 않소.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모두 스승이라는 말이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면 그 못한 것에서 배우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나은 것에서 배우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스승이오. 내 딸들도 내 스승이오. 주일학교 어린아이들도 스승이오. 이건 수사적인 말이 아니라오. 실제로는 모든 이들은 스승이오. 더 나가서 사람만이 아니라 만물이 스승이오. 지렁이도 스승이오. 그 녀석이 나보다 잘 하는 게 있으니 어찌 스승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소. 문제는 우리의 눈이 열리는가에 있소. 배움으로 눈이 열린 사람에게는 모든 사람과 만물이 스승이오.

     오늘 교회에서 목사들은 지나치게 스승인 척하오. 신자들의 삶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고 있소. 모든 것을 이래라 저래라 닦달하오. 그런 것을 사람들은 목회라 생각하오. 신자들을 향한 목사의 사랑이라 생각하오. 설교가 대개 잔소리로 변했다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소이다. 참된 스승은 자기가 직접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진리의 영인 성령에게 인도한다오. 손가락으로 신자들을 몰고 다니지 않고 달을 가리키오. 나도 스승 흉내를 낼 때가 많은데, 그 습관을 빨리 버려야겠소. 그대는 내 스승이오. (2010년 5월15일, 수요일, 스승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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