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57)

조회 수 915 추천 수 0 2018.03.21 20:12:05

(57)

기독교의 종교 의식에서 성찬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성찬은 세례 의식의 일상화이면서 동시에 들리는 말씀인 설교와 달리 보이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모든 예배에서는 기본적으로 성경이 읽히고 선포되는 것처럼 성찬 역시 집행되어야 한다. 성찬의 질료는 빵과 포도주이다. 소박한 성찬상 위에 놓인 포도주와 빵을 예수의 몸과 피로 받아들이는 것이 성찬의 의미이다. 성찬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예수로 인한 생명의 신비를 경험한다.

성찬상 위에 놓인 빵과 포도주는 그야말로 하찮은 먹을거리지만 그것 자체로 우주의 무게로 다뤄져야만할 고귀한 생명 사건이다. 빵과 포도주가 성찬상 위에 놓이게 된 그 전체 과정을 돌아보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순간만 들여다보자. 포도주는 포도가 발효된 액체다. 발효는 미생물의 작용이다. 그 이전에 포도는 태양 빛과 물과 탄소의 종합적인 물리 화학 작용에서 출현했다. 태양은 지구에서 1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별이고, 물은 지구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물질이고, 탄소는 유기물 생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원소다. 각각 생명 현상의 원초적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의 집합체가 바로 포도주이니, 겉으로 하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사건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하다. 빵과 포도주! 여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연봉이 적어도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는 말이 된다. 연봉이 적으면 다만 불편할 뿐이다. 불편하다는 것도 역설적이다. 그런 삶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 문제는 실제로 빵과 포도주만으로 영혼의 만족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안 되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고, 이미 그런 내공을 갖춘 사람은 다른 설명을 듣지 않아도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 내가 여기서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사족이다. 성찬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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