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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많을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노골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동의하기는 어렵다. 돈은 좋게 봐서 책이나 골동품이나 자동차처럼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다. 소유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할 수는 있지만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돈 자체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아니다. 궁핍한 분들은 이런 말을 듣고 ‘저 사람 먹고 사는데 걱정 없으니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고상하다고 여기는 책만 해도 그렇다. 목사들 중에서도 장서 마니아들이 제법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책이 많으면 일단 지식인 행세를 할 수 있다. 읽고 싶은 책을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장서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책은 결국 살아가는데 짐이다. 실제로 이사를 다닐 때 책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가난한 신학생 때부터 책을 꾸준히 구입했고, 지금도 필요한 책은 구입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책을 줄이려고 한다. 10년 쯤 전에 대구성서 아카데미 연구소를 옮기면서 상당한 양을 신학생들과 후학들에게 나눠주었다.
너무 많은 책은 실제 삶에서 짐이 되듯이 너무 많은 돈도 역시 짐이다. 돈이 우리를 노예로 삼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노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 돌을 등에 지고 달리기 시합에 나설 수 없는 것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는 예수의 제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물질의 소유가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것은 맞습니다.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지 못한다는 말씀엔 공감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무거운 짐을 애써 만들어서라도 지고 가려는
목사들이 도처에 널린 것같습니다....
부활에 대한 소극적태도는 연대와 투쟁이라고 하셨는데
이 또한 민중에게 전가되는 짐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