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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전업 목사의 업무인 목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목회의 목적은 신자들의 영혼을 돌보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교회 성장에 기울어져 있다. 신자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교회를 키워야 목회를 잘하는 목사로 간주한다. 그게 현실이니 어쩔 수 없긴 하다. 문제는 교회 성장을 자기 업적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교회 성장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가장 큰 요인은 물론 담임 목사의 카리스마다. 카리스마도 선한 게 있고 악한 게 있다. 사이비 이단 교주들에게도 카리스마가 있다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카리스마에 끌리기 때문에 목사의 카리스마는 교회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만으로 교회가 성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요인이 더 결정적이다. 목사의 카리스마도 다른 요인에 의해서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성장은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정치 경제 현상과 직결된다. 이런 문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려면 박사 학위 논문을 쓰는 품이 들어야 한다. 거칠게 한 마디로 줄인다면, 군사독재와 재벌 중심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 현상으로 인해서 겪게 된 심리적인 불안과 소외를 교회에서 해소하려는 군중들이 늘어난 결과가 바로 교회 성장의 주요 원인이다. 그런 군중들로 인해서 한국교회의 정체성은 기복주의와 내세주의와 근본주의와 개교회주의, 도덕주의와 율법주의, 그리고 반공주의와 영육이원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 나는 이런 사회 현상과 교회의 정체성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교회 성장에는 교회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짚는 중이다. 주변의 다른 교회가 망하는 것이 자신의 교회가 흥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교회 성장에는 목사만이 아니라 모든 교인들의 노력이 들어 있으니 목사가 목회 업적을 자기의 것이라고 여길 수 없다. 이게 뻔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생각을 이렇게 바꾸는 건 혁명적인 전환이 없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의 전환 없이 목사는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