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62)

조회 수 923 추천 수 0 2018.08.15 21:05:49

(162)

목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예배. 예배를 통해서 내가 구원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삶이었고, 구원을 경험한다면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해도 된다. 지금도 내 삶의 대부분은 예배와 관련된다. 예배를 자주 오래 드린다는 게 아니라 주일공동예배에 내 삶의 초점이 맞춰진다는 뜻이다. 대다수 교회가 그렇겠지만 대구샘터교회는 예배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기본으로 한다. 교회의 기능에 속하는 교육, 봉사, 친교 등을 가볍게 여긴다는 게 아니라 교회의 존재 이유가 예배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교육은 못해도 예배는 영과 진리로 드려야하며, 봉사에 손이 미치지 못해도 예배는 진실한 태도로 수행되어야한다. 예배 없는 친교는 무의미하다. 교육과 봉사와 친교는 일절 예배를 지향해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의 위기는 예배의 위기다. 주일예배 참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간다. 여기에도 이유가 가지각색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당위성은 알지만 예배의 필요성은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이 이해는 간다. 현대인들은 정말 바쁘게 산다. 밥벌이로 바쁘기도 하지만 인생을 즐기기 위한 일로도 바쁘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밀도 있게 살려고 애를 쓰느라 허튼 일에는 시간을 내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 나와서 예배에 참석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예배에 참석하고 싶은 이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예배가 예배답게 드려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대구샘터교회(200361일 설립)를 시작하기 전 몇 달간 여러 교회를 순회하면서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대구 시내에 있는 교회에 가기도 했고, 경북 지역에 있는 교회를 찾아가기도 했다. 당시는 그야말로 일반 신자의 입장에서 예배에 참여했다. 예배를 예배답게 드린 기억은 별로 없다. ‘당신이 은혜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하다. 그걸 전제하고 내가 받은 느낌을 간략히 전하겠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기보다는 자신들 교회를 드러내는 일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예배가 대부분이었다. 장로들의 대표기도는 개인의 넋두리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기도를 예배 시간에 듣는다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설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광고 시간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교회 자랑을 늘어지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일예배가 일종의 종교 동호인들의 모임처럼 보였다. 지금도 그런 현상은 마찬가지다. 나는 지난날이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존재 신비를 암시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예배를 경험하고 싶다. 내 영혼이 예배를 통해서 거룩한 두려움에 휩싸이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는 구원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에 대한 경험은 미숙하거나 냉소적인 반면에 자신과 교회의 업적에 대한 과도한 열망에 사로잡힌 교회의 예배에 어찌 다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그 어느 나라 교회보다 예배를 더 자주, 그리고 더 열정적으로 드리는 한국교회가 실제로는 예배의 위기에 떨어졌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는 곧 예배를 이끄는 목사들의 영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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