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63)

조회 수 1540 추천 수 0 2018.08.16 22:01:14

(163)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서 분당에 있는 모 교회 목사의 설교를 접했다. 그의 인격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설교였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적으로 들렸을 그런 설교가 나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가끔 듣는 거는 괜찮겠지만 매주일 그런 설교를 듣는다면 그 교회의 예배 참석을 기꺼이 사양할 것이다. 성경의 깊고 신비로우며 놀라운 세계가 펼쳐지는 게 아니라 가장 건전하고 모범적이며 존경받을만한 삶의 표준들만 전개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를 하지만 우리는 하지 않는다든가, 세상 사람들은 원수 갚은 방식으로 살지만 우리는 오히려 사랑하는 방식으로 살아야한다. 기독교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강조였다. 그게 지나칠 때는 동성애자들에게 대한 비판으로까지 나아간다. 흔히 말하듯이 동성애자들은 우리가 사랑해야하나 동성애는 죄라는 논리이다. 그의 설교 자체를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청교도적인 설교와 목회로 교회를 크게 키웠으니 나름으로 한국교회에 공헌한 것이다. 설교에 이어지는 퍼포먼스가 꺼림칙했다. 그는 설교에 이어지는 대목에서 신자들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한쪽에서는 전문 찬양사역자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찬송을 이끌어가며, 목사는 찬송의 가사를 크게 부르짖듯이 외쳤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자들은 회개하고 감격스러워하면서 은혜를 받는 모양을 취했다. 이런 장면에서 매주일 설교를 통해서 신자들의 삶을 변화시켜야겠다는 목사의 절박한 심정이 읽혀지기는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설교에 대한 불안감이 저런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선포한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굳이 경배와 찬양유의 퍼포먼스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비유적으로, 어느 지휘자가 KBS 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 곡을 연주하면서 청중들의 반응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두 손을 위로 올려서 리듬에 맞춰 흔들도록 유도한다면 그는 자신의 음악 경험과 해석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연주만 충실하게 실행되면 청중들은 그것 자체로 감동을 받게 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은혜를 반드시 끼쳐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드시 받아야겠다는 강박이 목사와 청중들을 유아적인 종교행위에 떨어지게 한다. 그런 방식이라 하더라도 은혜만 받으면 됐지 무슨 문제냐고 반문을 할지 모르겠다. 그건 은혜처럼 보일 뿐 사실은 나르시시즘의 한 현상이다. 그런 방식으로 일정한 심리적 힐링은 가능하겠으나 기독교 영성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일은 요원하다. 종교심 깊은 성숙한 기독교인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레벨:4]순복

2018.08.16 23:19:52

목사님! 최근 비슷한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며 괴로워 하던 중이였습니다. 늘 외롭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8.08.17 10:10:01

주변에 신앙적인 코드가 맞는 교회를 찾아보시고,

그런 교회가 눈에 뜨이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교회에서

너무 깊이 발을 담그지는 말고 예배만 참석해보시지요.

성경은 늘 소수의 '남은 자'에게 주목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490 Agnus Dei [1] 2015-12-10 56421
6489 12월25일 그가 살아나셨다(8) [1] 2009-12-24 55800
6488 누가복음 톺아읽기 199 2021-08-06 40320
6487 주간일지 2월27일 예수 변모 주일 file 2022-02-28 38155
6486 복음 (1), 3월23일 [7] [2] 2006-03-23 28373
6485 마사토 file [4] 2015-04-23 20130
6484 3월9일 데나리온 [5] 2009-03-09 17732
6483 하나님의 아들(막 1:1), 3월20일 [15] 2006-03-20 14616
6482 낙타털 옷, 4월6일 2006-04-06 13734
6481 10월30일 제삼시 2009-10-29 13045
6480 결혼예식 기도문 [2] 2013-10-18 12582
6479 오순절 마가 다락방 [2] 2016-05-16 12496
6478 예수 그리스도 (막 1:1), 3월21일 [5] 2006-03-21 10661
6477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막1:1), 3월22일 [2] 2006-03-22 10632
6476 원당일기(70)- 창 file 2020-09-18 10195
6475 6월23일 발먼지를 털어내라. 2007-06-23 10034
6474 교회 일꾼들을 위한 기도, 11월20일(화) [1] 2012-11-20 9896
6473 선지자 이사야, 3월26일 [1] 2006-03-26 9675
6472 복음 (2), 3월24일 [4] 2006-03-24 9665
6471 선지자 이사야의 글, 3월27일 [12] [1] 2006-03-27 9602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