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로고스 007, 1:43

 

나를 따르라!”(1)

 

 

예수는 안드레와 시몬을 비롯한 세 사람을 제자로 삼은 뒤에 갈릴리로 가려다가 빌립을 만난다. 빌립에게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을 부를 때 늘 하던 말씀이다. 갈릴리 호숫가에서 그물질을 하던 시몬과 안드레 형제에게도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1:17)고 말씀하셨다. 특별히 제자로 이름이 붙여진 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들은 나를 따르라.’는 말씀에 로 대답하는 사람들이다. 즉 우리는 단순히 기독교라는 종교 동호회원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예수의 제자로 산다는 뜻이다.

제자로 산다는 게 명확하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제자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지만 거길 벗어나면 제자로서의 삶이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 여기 카페를 운영하는 기독교인이 있다고 하자. 그는 인근의 다른 카페 운영자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의 신경은 온통 카페 운영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기독교인이라는 실존은 남의 이야기로 느낀다. 이전투구 식으로 돌아가는 세속사회에서 오른뺨을 치면 왼뺨을 대는 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카페 운영만이 아니라 일반 직장에 다니는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따르라.’는 말씀은 삶의 방법론이 아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해서 더 부지런해진다거나 더 공손해지는 것이 아니다. 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의 결과로서 삶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게 전제되는 건 아니다. 예수는 제자들을 모범생으로 만들기 위해서 부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르심은 삶의 방법론이 아니라 삶의 존재론이다. 자신의 존재가 예수를 통해서 새로워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성(reality)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나를 따르라.’는 말씀이 우리 삶에서 가장 궁극적인 현실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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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happyheejin

2018.12.22 02:23:46

목사님께서 하나님 말씀을 꿰뚫어보시는 통찰력에 언제나 감탄하지만, "이 부르심은 삶의 방법론이 아니라 삶의 존재론이다"라는 지적은 정말 너무 날카로운 관점입니다. 교회의 환경이 눈에 드러나는 방법론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어 항상 답답함을 느끼다가, 목마른 사막을 걷다 다비아에서 시원한 생수를 한 모금 얻어마신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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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12.22 21:38:46

저도 여러 선생님들에게서 전해듣고 깨달은 것을 전했을 뿐인데,

해피 님에게 큰 깨우침으로 다가간 걸 보니

해피 님도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중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깨닫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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