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3)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마리아의 말에 예수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우선 번역이 마뜩찮다. 당시에 여자여!’라는 호칭이 낮춰 부르는 게 아니었다고 해도 우리말로는 낮춤말로 들린다. 서술되는 대목에서 예수의 어머니라는 말이 나왔으니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번역해도 괜찮았다. ‘여자여!’라고 불렀다면 다음 문장도 극존칭인 있나이까?’라고 하지 말고 있는가?’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포도주 떨어진 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예수의 발언은 민망하게 들린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이니 제가 잘 알아보겠다.’고 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지금 요한복음 기자는 이런 일이 발생한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게 아니다. 요한복음 공동체에 전승된 이야기를 자신의 신학적 관점에서 편집한 것이다. 편집 작업에는 편집 방향이 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이자 생명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변증하는 것이 편집 방향이기에 당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발언도 어느 정도는 나올 수 있었다.

예수의 일은 세상의 일과 차원이 다르기에 포도주 문제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예수는 인간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직접 해결해주는 문제 해결사가 아니다. 예수의 제자 중에서는 예수를 통해서 유대 독립을 기대했던 인물도 있다. 그런 이들은 결국 실망한다. 예수의 일은 하나님에 의해서만 실행되는 하나님 나라 선포다. 하나님이 지금 여기 우리의 일상에 현존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일상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일상을 하나님 나라의 빛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포도주가 떨어졌을 경우에 포도주를 마련해주는 게 아니라 포도주가 떨어진 상황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현존하는지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레벨:17]홍새로

2018.12.27 20:50:43

잔치집에 포도주가 떨어졌을때
인간의 문제해결 방법은 포도주를 마련하는것
그것만을 생각하겠지만,
하나님이 지금 여기 우리의 일상에 현존하심을
믿게된 사람은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놀라움과 감사로 경험하게 되겠지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8.12.27 21:13:10

'일상에 임하는 하나님의 현존'

이것이 기독교 신앙과 삶의 모든 것이에요.

그게 일단은 비밀이라서, 또는 은폐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기독교인들도 역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답니다.

죽기 전까지 그게 현실로 다가오기를 기도드려야겠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492 Agnus Dei [1] 2015-12-10 56447
6491 12월25일 그가 살아나셨다(8) [1] 2009-12-24 55832
6490 누가복음 톺아읽기 199 2021-08-06 40344
6489 주간일지 2월27일 예수 변모 주일 file 2022-02-28 38173
6488 복음 (1), 3월23일 [7] [2] 2006-03-23 28406
6487 마사토 file [4] 2015-04-23 20158
6486 3월9일 데나리온 [5] 2009-03-09 17754
6485 하나님의 아들(막 1:1), 3월20일 [15] 2006-03-20 14639
6484 낙타털 옷, 4월6일 2006-04-06 13770
6483 10월30일 제삼시 2009-10-29 13066
6482 결혼예식 기도문 [2] 2013-10-18 12603
6481 오순절 마가 다락방 [2] 2016-05-16 12515
6480 예수 그리스도 (막 1:1), 3월21일 [5] 2006-03-21 10684
6479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막1:1), 3월22일 [2] 2006-03-22 10661
6478 원당일기(70)- 창 file 2020-09-18 10215
6477 6월23일 발먼지를 털어내라. 2007-06-23 10053
6476 교회 일꾼들을 위한 기도, 11월20일(화) [1] 2012-11-20 9926
6475 선지자 이사야, 3월26일 [1] 2006-03-26 9716
6474 복음 (2), 3월24일 [4] 2006-03-24 9713
6473 선지자 이사야의 글, 3월27일 [12] [1] 2006-03-27 9645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