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49) 요 4:7(1)
“물을 좀 달라.”
4장에는 그 유명한 사마리아 여자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도 요한복음만의 독자 전승이다. 공관복음에는 비슷한 것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요한복음 기자에게 전달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사실인지 전설인지도 모른다. 전설이라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한복음은 전체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대한 고백이지 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는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는 중이었다. 남쪽 유대 지역과 북쪽 갈릴리 지역 사이에는 사마리아가 있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종교적으로나 혈통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땅에 발을 딛지 않으려고 했다. 오른 쪽으로 우회하면 해결된다. 예수는 개의치 않고 사마리아 지역으로 들어갔다. ‘수가’라 이름 하는 마을이 나타났다. 우물곁에 앉았다. 나그네에게 우물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제자들은 먹을거리를 구하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요 4:6절에 시간이 나온다. ‘여섯 시’는 지금 시간으로 정오다. 영화 <하이눈>(High Noon)의 고독과 스릴과 해피엔딩을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다.
그 즈음에 한 여자가 물을 길러 예수가 쉬고 있는 우물가로 왔다. 이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색한 상황이다. 이 여자는 다른 여자들의 눈을 피해서 정오에 나왔다. 그럴만한 사정이 이 여자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낯선 남자를 거기서 만나게 되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예수도 못 본척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는 무슨 연유인지 말을 건다. 물 한 모금 주시오.
우리나라 옛 이야기에도 이런 장면은 종종 나온다. 길 가던 나그네가 물 한 바가지 달라고 하면 처녀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 나뭇잎을 몇 장 떨어뜨리고 물방울이 흐르지 않도록 바가지를 치마로 닦아서 얼굴을 외면한 채 건네준다.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나그네가 물을 급히 마시지 말라는 뜻이다. 성경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이 여자가 예수에게 실제로 물을 주었는지도 밝히지 않는다.
목사님
'여섯 시’는 지금 시간으로 정오가 나이라 오후 여섯 시가 혹시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