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73) 4:48

 

너희는 표적과 기사를 보지 못하면 도무지 믿지 아니하리라.

 

예수는 갈릴리 이곳저곳을 유랑하다가 가나에 들어갔다. 가나는 예수의 첫 표적으로 알려진 물로 포도주를 만든 마을이다. 어떤 사람이 가버나움에서 가나로 달려와 예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려오셔서 내 아들의 병을 고쳐 주소서.” 성경은 그가 왕의 신하라는 사실을 굳이 밝힌다.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아비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예수의 대답은 냉소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너희는 표적과 기사를 보지 못하면 도무지 믿지 아니하리라.”

표적과 기사도 종류가 여럿이다. 불치병이나 장애처럼 인간 몸에 관련된 것이 있고, 해와 달이나 강과 바다처럼 자연에 관련된 것이 있다. 여기 요한복음만이 아니라 공관복음에도 표적과 기사 이야기는 종종 나온다. 사도행전에는 사도들에 의해서 나타난 표적들이 나온다. 바울은 독사에 물렸는데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구약성경에도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다. 모세와 여호수아, 엘리야와 엘리사 전승에 그런 현상들이 몰려 있다. 예수에게서 표적과 기사가 일어나기는 했으나 그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표적을 보이라는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의 요구를 들은 예수는 악하고 음란한 세대라고 비판하면서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16:4).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전하면서 유대인들의 표적 신앙을 비판했다(고전 1:21절 이하).

오늘날에도 초자연적인 기적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그들의 태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세상과 자연은 오죽 신비한가. 자연과학으로 완전한 해명이 불가능한 게 세상이요 자연이며 역사다. 그렇다고 해서 성경에 묘사된 표적과 기사가 오늘날에 그대로 재현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옳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다. 성경이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묘사하는 것들은 모두 고대인들의 세계관에 의한 것이니 그들과 전혀 다른 세계관이 자리 잡은 오늘날 그것을 역사적으로 사실인 것처럼 주장할 필요는 없다. 성경이 그런 방식으로 정작 말하려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484 Agnus Dei [1] 2015-12-10 56346
6483 12월25일 그가 살아나셨다(8) [1] 2009-12-24 55716
6482 누가복음 톺아읽기 199 2021-08-06 40253
6481 주간일지 2월27일 예수 변모 주일 file 2022-02-28 38087
6480 복음 (1), 3월23일 [7] [2] 2006-03-23 28311
6479 마사토 file [4] 2015-04-23 20054
6478 3월9일 데나리온 [5] 2009-03-09 17683
6477 하나님의 아들(막 1:1), 3월20일 [15] 2006-03-20 14549
6476 낙타털 옷, 4월6일 2006-04-06 13666
6475 10월30일 제삼시 2009-10-29 12986
6474 결혼예식 기도문 [2] 2013-10-18 12532
6473 오순절 마가 다락방 [2] 2016-05-16 12433
6472 예수 그리스도 (막 1:1), 3월21일 [5] 2006-03-21 10602
6471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막1:1), 3월22일 [2] 2006-03-22 10562
6470 원당일기(70)- 창 file 2020-09-18 10134
6469 6월23일 발먼지를 털어내라. 2007-06-23 9982
6468 교회 일꾼들을 위한 기도, 11월20일(화) [1] 2012-11-20 9837
6467 선지자 이사야, 3월26일 [1] 2006-03-26 9612
6466 복음 (2), 3월24일 [4] 2006-03-24 9608
6465 선지자 이사야의 글, 3월27일 [12] [1] 2006-03-27 9538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