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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89- 삼나무
제주 삼나무 둥치를
이끼류 녹색 기생 식물이 뒤덮었다.
바닷가 습기가 저런 생태를 만든 셈이다.
지구 안에 던져진 모든 물(物)은
서로 기생하거나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
조금 불편해도,
또는 ‘저 친구는 민폐야.’라는 생각이 들어도
모든 존재하는 것들 사이의 메커니즘에 놓인 비밀이
얼굴과 얼굴을 보듯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며 견디는 게,
또는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주님은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고(마 5:39) 하셨고,
바울은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고(롬 12:17) 말했을지 모르며,
그 불편함이 오히려 우리를 구원할지 모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