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두려움 (2)

조회 수 1393 추천 수 27 2007.03.28 07:39:30
2007년 3월28일 두려움 (2)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막 4:40)

십여 년 전쯤인가, 저와 같은 지역에서 목회하던 후배 목사가 있었습니다. 성격도 좋고, 체격도 건장하고 잘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그가 간암에 걸렸습니다. 의사는 6개월 시한부를 선고했습니다. 병문안을 갔더니 본인은 믿음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더군요. 신유집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가족과 교회 식구들이 집중적으로 기도를 했지만 결국 죽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발버둥을 칠까요? 아니면 순순히 받아들일까요? 이런 건 실제로 당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의미한 상상입니다. 한국의 어떤 유명한 신학자는 암으로 죽어가면서 하나님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죽음이 그만큼 강력한 두려움이라는 뜻이겠지요.  
어떤 설교자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설교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믿음 생활을 게을리 하다가 불치병에 걸렸다거나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는 식으로도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접근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아무리 선의였다고 하더라도 이건 정상적인 말씀 선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생명보험회사 설계가들의 수법에 불과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사기죠.
우리는 현실로서의 죽음을 그대로 직시해야합니다. 거기서 느끼는 두려움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겠지요. 그걸 피하기 위해서 불치병에 걸린 사람에게 공연한 희망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도 대신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을 본인이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그를 위해서 기도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런 기도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진실한 사랑 가운데서만 가능하지 않을까요? 생명의 영이여,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을 도우소서!

[레벨:23]브니엘남

2007.03.28 10:27:40

No fear no fear
두려움없이 두려움을 이기라
하나님을 경외함( fear)으로 두려움( fear)을 이기라

[레벨:1]아직초짜

2007.03.29 09:22:01

<질문>
목사님은 죽음을 코 앞에 둔 사람을 문병가면
그리고 그런 분들이 좀 더 살고 싶어 몸부림치고 있는 상태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무슨 말로 위로하시는지 궁금하군요.
근데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믿음으로 기도합시다>라고 하든가
교과서적인 위로의 말을 할때가 많더군요.
어떤 때는 제가 옆에서 들어도
<목사님의 저 위로의 말이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의 귀에 들어올까?>
하는 못된 생각이 들때도 있거든요.
그렇다고해서 제가 일반 목사님들의 목회적 수고를 무의미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궁극적인 위로자는 진리의 영의 몫이겠지만
그렇다고 목사님들이 어떨 때는 너무 판에 박힌 말로
<헛된 희망>을 심어주며 <부도수표>를 남발한다는 건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분명히 죽을 사람인데,
"기도하면 하나님이 살려 줄 것입니다 "
이런 말이 구원론적 의미의 참된 위로가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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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07.03.28 14:03:13

그 후배 목사님,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으면서 죽음을 준비하셨으면 행복하게 여생을 마치셨을텐데..

[레벨:28]첫날처럼

2007.03.28 14:50:04

죽음 앞에서는 저도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한없이 비굴해질지... 그게 인간의 한계일지...

전에 한 번 캄캄한 밤... 이불을 덮어쓰고 나의 마지막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의 눈물, 내가 일하던 일터도 더 이상은 나의 공간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일하게 될 것이고, 내가 쓰던 물건들과 옷가지들도 정리가 되어서 없어지고, 내 이름 석자가 적혀있던 가운 또한 주인을 잃어버리고 어디론가 버려질 것이고... 내가 써왔던 일기장, 그리고 삶의 순간 순간 모아왔던 추억상자 안의 물건들... 그 것만이 내가 이 땅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겠지...

그리고 이 땅에서 나의 정체성을 형성해주고, 때론 나를 보호해주기도 했던 나의 "자아" 마저도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힐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숨이 막힐듯한 그 경험이 저에게는 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하느님을 찾게 되니깐요... 그리고 순간 순간의 삶에 더 진지한 태도를 가지게 되구요...

죽음이란 엄연한 현실은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 그 자체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초월하여 그 너머를 보게 하려고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소리입니다만...

어떤 미군 장병들은 "사우쓰 코리아"에 주한 미군으로 올 때, 온 가족들이랑 친지들 다 울고 난리랍니다... 남한, 아니 대한민국이란 곳이 그들에겐 그렇게 자세히 알려진 곳이 아니라서 항시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곳이라는 편견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한 미군으로 와서 생활하면서는 그런 생각이 기우였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된답니다...

어쩌면 삶과 죽음이란 것도 그런 식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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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7.03.30 22:07:01

초짜 님,
질문이라고 해 놓고
그냥 넉두리군요.
주방장이 오늘도 궁시렁거리네요.
경우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헛된 꿈이라고 꾸게 하고,
준비가 되었거나 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는 게 옳겠지요.
그러나 그걸 누가 판단한단 말인가!

[레벨:1]아직초짜

2007.03.30 22:56:09

질문+넉두리에도
주방장님의 깔끔하고
담백하게 간소하고 단아하게
한상 차려주셔서 잘 먹고 갑니다.
끄~윽
감사하구요
담에 또 들러겠습니다.

[레벨:8]김인범

2007.04.01 11:54:34

제가 그런 분을 심방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울다가 아무 소리도 못하고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런 자신을 한심스러워하며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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