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814, 성령강림 후 10

 

1) 포도원의 노래- 이번 설교 본문인 사 5:1~7절에는 포도원 노래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단락입니다. 그가 사랑하는 자는 하나님입니다. 포도원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그들은 주인의 돌봄과 바람과는 달리 좋은 포도를 맺지 못하고 들포도만 맺을 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위대한 선지자들의 말씀을 직접 들으면서 살던 당시 사람들은 오늘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하나님을 믿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 거 같습니다. 선지자들이 아무리 절규하듯 외쳐도 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하나님을 실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홍해가 갈라지고 만나가 얻고 요단강이 멈춘다고 해서 하나님을 실감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하나는, 비슷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사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알고 실감하고 믿는 일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은총으로만 그런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은총을 은총으로 깨닫는 일은 우리의 몫이겠지요. 다시 포도원 노래를 불러봐야겠습니다.

 

2) 교인 간담회- 오늘 주보 알리는 말씀교인 간담회건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간담회입니다. 코로나 정국 이전에는 간혹 그런 모임이 있었습니다. 교인 간담회는 매년 1월에 열리는 교인총회와 성격이 다릅니다. 총회는 교회 정관에 따른 의결 기구이고, 간담회는 말 그대로 의견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총회와 간담회는 담임 목사가 의장으로 주관합니다. 그동안 간담회는 일정한 주제 없이 진행했습니다만, 이번에는 후임 목사 청빙을 주제로 합니다. 지금 청빙위원회가 꾸려져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우들의 의견이 분분해서 담임 목사로서 대구 샘터교회의 정체성과 역사를 토대로 하여 전체적인 상황을 공식적으로 교우들에게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우들이 더 단합할 수도 있고, 거꾸로 갈라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단합하는 길로 가야겠지요. 그런 길을 가는 데에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기 바랍니다. 문제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핵심은 대구 샘터교회와 대구 성서아카데미와의 관계입니다. 그것만 제가 여러분에게 잘 설명하면 생각의 차이가 좁혀질 겁니다. 어쨌든지 교우들이 서로 생각을 충분히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는 데까지 좁혀나가야 합니다. 그래도 안 될 때는 다수결로 결정해야겠지요. 간담회에서는 의결하는 게 아닙니다. 원칙이 그렇다는 겁니다. , 복음을 중심으로 한 종말론적 공동체는 무슨 일이든지 자발적으로, 즐겁게, 종말이 코앞에 닥쳤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사람이니까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 있겠으나 그럴수록 더 성령의 도움을 기도해야겠지요. 너무 길었네요. 마음만 비우면 즐거운 간담회가 될 겁니다.

 

3) 신학 공부- 매월 첫 주일에 열렸던 신학 공부는 정 목사의 코로나 격리 건으로 87일에 열리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마지막 주일 오후 2시에 모이겠습니다. 서울 샘터교회 방문을 둘째 주일에서 첫째 주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 특징의 하나는 신학적인 영성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신앙과 신학의 균형이라고 말해도 됩니다. 일반 그리스도인들이 신학을 공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할 일도 많고, 다른 책도 읽어야 하니까요. 예배만 잘 참석해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긴 합니다. 그러나 신앙을 수행으로 여긴다면 반드시 신학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성경공부도 우리는 신학적인 바탕에서 진행했습니다. 신학교 수준이었습니다. 거의 20년을 그렇게 교회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어느 정도 교육 효과가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교회가 세 가지 역할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에클레시아), 신학대학, 수도원이 그것입니다. 교회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그리스도로 믿은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교회입니다. 신학대학은 신학 공부입니다. 신학에 바탕을 두지 않은 교회 모임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수도원은 수행으로서의 영성을 가리킵니다. 대구 성서아카데미에서 그런 활동을 시도했습니다. 어느 정도 한국교회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교우 여러분, 마지막 주일로 시간을 옮긴 신학 공부에 참석하십시오. 칼 라너의 책을 통해서 우리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심층적으로 알게 될 것이며, 뭔가 해방되는 기쁨을 맛볼 것입니다.

 

4) 서울 샘터교회- 예배 후 곧장 동대구역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대합실로 들어가니 식당이 여러 곳이네요. 가장 간단한 가락국수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국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간단히 요기하는 데에는 국수만 한 게 없습니다. 서울을 오가면서 읽으려고 저는 <한겨레 21>에서 특집 1424, 1425 ‘통권 7로 만든 ‘Vegan 비건을 챙겼습니다. 표지 사진을 아래에 올리겠습니다. 다른 기사는 일절 없고 채식주의만 다룹니다. 공장식 축산업 문제도 나오고, 육식 중심의 먹을거리로 인한 문제, 여러 계층의 채식주의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제 저도 육체를 많이 쓰지 않는 노인이 되었으니 채식만으로 살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더 일찍 하긴 했습니다. 빵과 국수가 여기에 딱 좋은 거지요. 밥과 김치와 된장과 두부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채식만으로 건강이 유지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육식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유목민들은 당연히 육식을 먹었습니다. 에스키모들도 육식이라고 할 수 있고요. 공장식 축산만 극복할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이 자본주의 시대에 가능하지 않습니다. 동물 복지를 실현하려면 일단 소, 돼지, 닭고깃값이 비싸져야 합니다. 축산업을 하는 분들의 생활도 보장해야 하니까요. 말이 길어졌군요. 서울역 대합실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습니다. 지하철 1호선 승객도 많고요. 서울 샘터교회는 그야말로 교회 공동체로서 생존에만 천착합니다. 광야에서 만나를 주식으로 했던 엑소더스 공동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체력이 닿는 한 한 달에 한 번은 방문하기로 오래전부터 약속했고, 지금도 그 약속은 유효합니다. ‘목사님 건강해야 합니다.’라는 압박을 받는 중입니다. 오늘도 저녁밥까지 대접받고 기차에서 책을 읽으면서, 잠깐씩 졸면서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0814.JPG


5) 이모저모- 815일은 말복입니다. 입추는 지난 87일에 지났습니다. 늦더위가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아침저녁만이라도 곧 시원해질 겁니다./ 어린이 주일학교 설교 영상이 매월 첫 주일에 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갑니다. 7월에 이어서 8월에도 김종일 목사께서 수고해주셨네요.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는 함께 들어가 보십시오.(https://youtu.be/QVtBCKuRYF0)/ 정용섭 목사는 코로나 확진으로 84일부터 10일까지 격리되었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완치되었습니다. 가족에게 전염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교우는 정이 없어서 그렇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염려해주신 교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예배에 낯선 분이 한 분 참석했습니다. 나중에 인사를 나눌 때 보니 이** 목사이시네요. 이름이 익숙했습니다. 언젠가 저와 통화도 한 번 하고, 제 책을 택배로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휴가라서 방문했답니다. 제가 서울 올라가는 날이 아니면 차라도 대접했을 텐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국내외로 휴가를 맞아서 우리 교회를 방문하는 목사들이 종종 계십니다. 귀한 발걸음인데, 제가 너무 소홀했는지 모르겠군요./ 오늘 가장 먼 곳에서 대면 예배에 참석한 가족은 울산의 석, 조 집사 부부입니다. 평균 월 2회 나오고, 나머지는 온라인 예배를 드립니다.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이런 방식의 교회 생활이 바람직한 신앙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예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원래 담당자인 이*희 집사가 가족 모임으로 출타한 관계로 사무관리부장인 현*용 집사가 관리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대타로 맡으니까 익숙하지 않을 텐데, 사고 없이 방송을 잘 보내셨네요. 수고 많았습니다./ 광복절 77주년을 맞으면서 마음이 착잡하군요. 아쉬움과 부끄러움과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겹쳐집니다.

 

6) 헌금- 814: 1,700,000(온라인 1,130,000, 현장 57,000원/ 미등록교우 이*숙, 박*배, 정*숙, 무명)/ 통장: 농협 301024-33-25171(대구 샘터교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물(物) 134- 냄비 계란 우동 file [2]

  • 2022-09-06
  • 조회 수 1156

9월4일 서울 가는 길 동대구역 구내 분식집에 들어가서 7천5백원 내고 ‘냄비 계란 우동’을 시켰다. 지난달에는 6천5백원 내고 가락 우동을 시켰었지. 하나는 뿔 그릇에 담긴 거고 이번에는 냄비에 담겼다. 내용물이 대체로 비슷한데 이번에는 어묵과 계란이 첨가되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휘젓자 밑에 숨었던 반숙 계란이 나왔다. 계란을 터뜨리자 국물에 노란색이 짙어지고 농도가 걸쭉해졌다. 바다 맛과 육지 맛이, 채소 맛과 동물 맛이 조합을 이루니 그야말로 감칠맛이다. 지금도 침샘이 자극...

주간일지, 대구샘터교회, 2022.9.4. 창조절1주 file

  • 2022-09-05
  • 조회 수 89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4일, 창조절 1주 1) 무 마데테스- 이번 설교의 키워드는 ‘내 제자’입니다. 예수께서 “... 하지 않으면 ‘μου μαθητής’(무 마데테스)가 될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싯다르타에게도 제자가 많았으나 그는 ‘내 제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렇게 발언한 적이 있을지 몰라도 싯다르타의 기본 가르침에 따르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내 제자’ 개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불교 신자들은 싯다르타를 따르는 게 중요하지 않고 각자의 불성을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설교에서 짚었듯이 ...

물(物) 133- 늙은 호박 file

  • 2022-09-03
  • 조회 수 470

지난봄 텃밭에 심은 늙은 호박 모종이 저런 호박을 맺었다. 지름이 30cm 조금 넘고 무게는 몸 계량 방법으로 5~6kg은 되지 싶다. 저 늙은 호박 덩굴의 뻗어가는 힘은 어떤 외계 생물체를 보는 듯하다. 거칠 게 없는 기세가 보는 사람을 두렵게 할 정도다. 뻗은 덩굴 줄기를 실측하지는 않았으나 다 합하면 눈짐작으로 최소한 50m 길이는 족히 된다. 직접 만져본 분들만 알겠지만, 표면이 얼마나 딱딱한지 힘이 약한 사람은 칼을 써도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지구가 아직은 살아있다.

물(物) 132- 나팔꽃 file [4]

  • 2022-09-02
  • 조회 수 1444

흔하디흔한 나팔꽃이 전혀 돌보지 않았는데도, 아니 나에게 잡초 대우를 받았는데도, 용케 살아남아서 꽃을 피웠다. 생존을 향한 열정이 치열하다 못해 거룩하다. 수술과 암술이 자리한 중앙 부분에 아침 햇살이 닿자 아주 작은 용광로처럼 변했다. UFO의 출현이라 해도 믿겠다. 일주일 전 어떤 한순간!

물(物) 131- 방울토마토 file [2]

  • 2022-09-01
  • 조회 수 715

교우에게서 얻은 방울토마토를 옅은 녹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놓고 매일 아침 몇 개씩 가족들이 나눠 먹는다. 저 친구들이 겉으로 보기에도 탄력이 넘치지 않는가. 어금니로 깨물면 방울토마토 특유의 식감을, 그리고 더 집중하면 향까지 입안 가득히 느낄 수 있다. 그런 감각이 충만해질 때마다 지구가 에덴동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여기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데에 더 필요한 게 무엇이랴.

물(物) 130- 부추꽃 file

  • 2022-08-31
  • 조회 수 997

우리 집 텃밭 식구 부추꽃이다. 부추는 일정한 때가 되면 기가 막히게도 꽃대를 올린다. 홀로 꼿꼿하다. 하늘과 가까운 꽃대 끝자락에서 봉오리가 맺히고, 조금 더 시간이 가면 봉오리가 열리면서 앙증스러운 꽃을 피운다. 과학 기술자들이 실험실에서 용을 써도 이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통쾌하다. 어디 이뿐이랴.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주 사소해 보여도, 심지어 물방울 하나 떨어지는 일도 마음 가라앉히고 깊이 들여다보면 가슴이 시려올 지경으로 신비롭다. 비 내리는 오늘 하루도 가...

물(物) 129- 전기 콘센트 file

  • 2022-08-30
  • 조회 수 754

200년 전에 죽었던 사람이 지금 여기 와서 저 전기 콘센트를 보았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우리가 200년 후에 다시 살아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200년이 아니라 5만 년 후라면? 그 모든 것의 궁극적인 미래는? 크든 작든, 많든 적든, 귀하든 천하든 모든 만물은 헤아릴 길 없는 아득한 깊이와 연결된다. 우리 자신도!

주간일지 8월28일 성령강림후 12주 file [6]

  • 2022-08-29
  • 조회 수 1519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8월28일, 성령강림 후 12주 1) 마카리오스- 요즘 설교에서 헬라어 “μακάριος”가 종종 나옵니다. 이 마카리오스라는 단어는 영어 blessed, happy에 해당합니다. 눅 14:14절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καὶ μακάριος ἔσῃ … ”(and you will be blessed) 초대한 가난한 사람들이 ‘갚을 것이 없으므로’ 당신에게 복이 있다는 겁니다. 아래에 ‘맹인 거지’라는 제목의 주보 표지 그림을 올리겠습니다. 우리의 세상살이 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참된 현실(true real...

물(物) 128- 목화 file

  • 2022-08-27
  • 조회 수 553

위 사진은 문익점의 ‘목화씨’로 유명한 그 목화꽃이다. 교우에게서 얻은 모종이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더니 저렇게 담백하면서도 눈부신 꽃을 피워냈다. 부분적으로 벌레 먹은 흔적이 있으나, 아니 그런 흔적으로 인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은 더욱 빛난다.

물(物) 127- 무명초 file [2]

  • 2022-08-26
  • 조회 수 642

150,000,000km를 달려온 태양 빛과 이름 모를 꽃잎이 원당 언덕에서 만났다. 그것 자체가 마술이고, 기적이고, 창조 능력의 충만이고, 그리고 궁극적인 사랑이다. 저들이 무슨 말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고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어 귀를 바짝 들이댔지만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 당연하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원래 별로 없었으니까.

물(物) 126- 모세 file

  • 2022-08-25
  • 조회 수 1153

「다락방」 2022년 9, 10월 호 표지 그림이다. 여호와를 경험한 자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눈부셔할 만하다. 모세는 시내 산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결심한 것일까?

물(物) 125- 태양초 file

  • 2022-08-24
  • 조회 수 615

마당 접이 탁자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태양초 늙은이가 얼굴을 들이밀자 남아메리카의 원초적 내음을 살며시 선물한다. 황홀한 느낌!

물(物) 124- 암석 file

  • 2022-08-23
  • 조회 수 1250

울산 대왕암(부분)이다. 일반적인 바닷가 암석은 거무칙칙한데 이 대왕암은 옅은 황토 색깔이다. 구성 성분에 구리가 많다는 뜻인지. 지구에 흙이 있고, 물이 있고, 암석이 있다는 게 신비롭다. 아니, 무언가가 없지 않고 ‘있다’라는 사실 자체가 정말 놀랍다. 지구, 왜 이리 재미있는 행성인지.

주간일지, 8월21일, 성령강림 후 11주 file

  • 2022-08-22
  • 조회 수 888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8월21일, 성령강림 후 11주 1) 시내 산과 시온 산- 히 12:18~29절에서는 시내 산과 시온 산이 대비된다고 설교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히브리서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수를 구약에 근거하여 변증하는 성경이기에 그렇습니다. 시내 산은 실존의 어두운 깊이를 보여줍니다. 불, 나팔소리, 흑암, 구름 등등이 메타포로 사용되었습니다. 모세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시온 산은 예수를 통해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구원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그 예수와 그를 통해서 발생한 사건이 히브...

물(物) 123- 빗물 file

  • 2022-08-20
  • 조회 수 403

빗물이 앞마당 받침돌 위에 부딪혀 이리저리 튀면서 흘러내린다. 지구에서 가장 부드러운 물질과 가장 견고한 물질이 앙상블을 이루는 순간이다. 저 빗물은 갈 길이 멀다. 영천 금호강으로 흘러들어 대구 낙동강을 거쳐 부산까지, 그리고 부산 앞바다에서 해류를 따라 돌고 돌아 북극해와 남극해까지 … 친구야, 먼 길 조심해서 잘 가거라.

물(物) 122- 놀이기구 file

  • 2022-08-19
  • 조회 수 659

얼마나 많은 아이가 저 놀이기구를 타고 깔깔대며 즐거워했겠는가. 얼마나 많은 젊은 연인이 저 놀이기구 안에서 짜릿해 했겠는가. 지금 나에게 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이나 다른 방식의 놀이기구가 얼마든지 있으니 크게 아쉬워할 건 없다.

물(物) 121- 기와지붕 file

  • 2022-08-18
  • 조회 수 871

전통 기와는 공장에서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처럼 기계를 돌려 대량 생산하는 게 아니라 도예가가 도자기를 만들어내듯이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들고, 햇빛에 말린 다음 불로 구워낸다. 흙과 물과 태양과 불의 조합에다가 사람의 몸과 땀이 가미되었다. 저 기와지붕 위에도 많은 비가 내렸으며, 강렬한 태양 빛이 내리쪼였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스쳤다. 새들도 잠시 쉬어갔겠지. 어쩌다가 피사체도 된다. 만물이 귀하고 사랑스럽다.

물(物) 120- 치간 칫솔 file

  • 2022-08-17
  • 조회 수 508

물(物) 120- 치간 칫솔 치아 건강에 신경 쓰는 다른 이들처럼 나도 언제부턴가 치간 칫솔과 치실을 사용한다. 저렇게 자기 몸을 관리하는 지극정성으로 마음과 영혼도 관리하면 오죽 좋으랴. 매 순간을 생명 중심성 안에서, 만물을 창조의 깊이에서, 매사를 구도적으로, 종말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물(物) 119- 가락국수 file [3]

  • 2022-08-16
  • 조회 수 1014

물(物) 119- 가락국수 2022년 8월14일 낮 12시50분 동대구역 대합실 동쪽 끄트머리 분식집 비슷한 작은 식당 식탁 위에 가락국수가 다소곳한 모습으로 놓여있다. 저기에 우주가 다 담겼다. 밀가루는 태양에서 왔다. 밀이 자라는 들판이 눈에 선하다. 김은 바다에서 왔다. 모든 생명의 고향인 바다 내음이 난다. 호박은 땅에서 왔다. 광합성을 많이 하려고 유난히 크게 자라는 호박잎의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파가 있고, 게맛살이 있고, 계란말이도 있다. 그 무엇보다 국물이 있다. 그날 그 순간 ...

주간일지, 8월14일, 성령강림후 10주 file

  • 2022-08-15
  • 조회 수 625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8월14일, 성령강림 후 10주 1) 포도원의 노래- 이번 설교 본문인 사 5:1~7절에는 ‘포도원 노래’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단락입니다. 그가 ‘사랑하는 자’는 하나님입니다. 포도원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그들은 주인의 돌봄과 바람과는 달리 좋은 포도를 맺지 못하고 들포도만 맺을 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위대한 선지자들의 말씀을 직접 들으면서 살던 당시 사람들은 오늘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하나님을 믿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실제로는 전...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