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153- 붉은 코스모스

조회 수 465 추천 수 0 2022.10.01 07:23:57

153.JPG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그 모양과

인조물감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색깔 하며,

지금 이 절기에 딱 들어맞는 꽃이다.

전혀 돌봐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때맞춰서 꽃을 피워낸 네가

기특하고 고맙고 대견하다.

거기 머물고 싶을 때까지 머물다가

네가 원할 때 미련 없이 떠나면 된다.


profile

[레벨:29]최용우

2022.10.01 13:54:43

20220930-480.jpg

【여유일기273-9.30】 용수천 코스모스

용수천변에 농사를 짓지 않은 넓은 공지가 있는데 올 봄에 트렉터가 두어번 확 뒤집더니 얼마 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은 푸르른 풀이 넓게 자라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목장이 있어 소에게 줄 풀을 키우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푸르른 풀밭의 색이 알록달록 변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용수천변을 걸어 운동을 하기 때문에 궁금해서 내려가 보았더니 소먹이라고 생각했던 풀은 코스모스였다. 그 넓은 공지에 코스모스를 파종한 것이었다.

며칠 전에는 다리 근처를 포크레인이 정지작업을 해서 주차장을 만들었다. 오늘은 보니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꽃 사이 사이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앞으로 한달정도는 이곳이 커플들의 데이트 성지가 될 것 같다. ⓒ최용우

09a3522bf514d48cab0683ab90c81a76.jpg

첨부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2.10.01 19:05:39

요사스러울 정도로 화사한 풍경이군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물(物) 173- 단풍 file [2]

  • 2022-11-02
  • 조회 수 944

우리 집 뒷마당 낮은 언덕에서 진한 주홍 색깔로 물든 잎들이 늦가을 햇살에 취해있다. 나도 덩달아서 그들과 함께 가을에 취했다. 이것으로 됐다.

물(物) 172- 고구마 file

  • 2022-11-01
  • 조회 수 940

고구마 철이다. 오후 간식이나 아침 대용식으로 맞춤하다. 구워 먹으면 풍미가 더하겠으나 쪄 먹어도 그 맛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저 고구마가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흙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잠시만 생각해도 아득하다. 얘, 고맙구나.

주간일지 2022년 10월30일, 창조절 9주 file

  • 2022-10-31
  • 조회 수 136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30일, 창조절 9주 1) calling- 바울은 오늘 설교 본문에서 우리가 익히 들었던 내용을 말했습니다. “부르심에 합당한 자”가 되라고 말입니다. 부르심은 소명(calling)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삶을 소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이게 엄청난 이야기입니다. 비유적으로 국가의 부름을 받은 군인은 자기 뜻대로가 아니라 군대의 규율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물론 그리스도인 군인이라면 국가 이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생각해야겠지만요.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당연히 ...

물(物) 171- 공중화장실 file [2]

  • 2022-10-29
  • 조회 수 1165

황송할 정도로 친절하다. 우리는 디지털 선진국, 아니 디지털 천국 맞다. 다만 걸맞은 품격이 상당히 부족할 뿐이다.

물(物) 170- 핸드메이드 케이크 file [2]

  • 2022-10-28
  • 조회 수 969

참 고급지다. 요즘 우리는 왕처럼 왕비처럼 사는데도 불만이 많다. ‘우리를 죄에서 구하소서.’

물(物) 169- 풋고추 file

  • 2022-10-27
  • 조회 수 933

며칠 전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수확한 풋고추다. 여름 내도록 벌레들의 극성으로 비실대더니 뒤늦게 풍성하게 열매를 맺는다. 수고했다. 얘들아!

물(物) 168- 고량주 file [2]

  • 2022-10-26
  • 조회 수 1119

북안면에 있는 중국집 식당에서 정말 오랜만에 125ml짜리 고량주인가 뭔가 하는 중국 술을, 사진에서 보듯이 정확히는 이과두주를 반만 마시고 반은 가져와서 저녁때 다 마셨다. 알코올도수가 자그마치 56도다. 술은 역시 도수가 높아야 제맛이다. 중세기 수도사들이 왜 술을 마셨는지 조금씩 더 실감하는 중이다.

물(物) 167- 대나무 숲 file [4]

  • 2022-10-25
  • 조회 수 1165

꿈인가 싶을 정도로 눈이 부신 한순간이다. 두 번이 아니라 딱 한 번이다. 그걸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아주 배부르다.

주간일지, 2022년 10월23일, 창조절 8주 file [3]

  • 2022-10-24
  • 조회 수 1244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23일, 창조절 8주 1) 예언, 꿈, 이상- 요엘 선지자는 여호와의 영이 내리면 사람들이 예언하고 꿈꾸고 이상(vision)을 볼 것이라고 선포했습니다. 이런 성경 구절을 어떤 이들은 주술적인 차원으로 받아들입니다. 점쟁이들이 점을 치거나 환상을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기도를 많이 하면 그런 능력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성경에 나오는 단어가 비현실적인 세상을 묘사하는 듯이 보이나 실제로는 아주 현실적입니다. 비현실적인 단어와 개념을 어떻게 현실적인 단어와 개념으...

물(物) 166- 이 뭐꼬? file [7]

  • 2022-10-22
  • 조회 수 1312

며칠 전 뒤꼍 언덕 잡풀 속에 숨어 있는 저 친구를 우연히 보았다. 키는 15센티 정도다. 귀티가 난다고 할까, 우아하다고 할까. 버섯도 아니고 선인장도 아니다. 흙과 숲에는 온갖 것이 각각의 모양으로 자기 존재를 빛내고 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최 아무개 씨가 이름을 알려주기를 기대한다.)

물(物) 165- 나무둥치 file

  • 2022-10-21
  • 조회 수 798

힘차다. 존경스럽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채 오랜 세월 생명을 버텨온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다.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물(物) 164- 석류 file

  • 2022-10-20
  • 조회 수 1055

석류 먹는 방법은 이렇다. 한 알씩 입에 넣는 게 아니라 스무 알 정도를 넣고 씨가 으깨지지 않을 정도로 우물우물 씹으면 표면에 붙었던 살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 맛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랴. 달콤한, 새콤한, 쌉싸름한 맛이 첫 입맞춤의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는지.

물(物) 163- 벌개미취 file

  • 2022-10-19
  • 조회 수 1016

연한 보라색의 야생화가 우리 집 뒤꼍 잘린 땅 수직 벽에 지난 9월부터 드문드문 피기 시작하더니 지금도 자태를 잃지 않았다. 교회에서 돌아와 주차할 때 아내가 ‘벌개미취’라고 일러준다. 인터넷 사전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벌개미취(Aster koraiensis)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고려쑥부쟁이라고도 한다.” 그대 이름을 외워두겠소.

물(物) 162- 고양이와 전원주택 file

  • 2022-10-18
  • 조회 수 638

우리 집에서 건너편 동산 중턱까지는 대략 2백 미터 조금 넘는 거리다. 지난여름에 집 한 채가 들어섰다. 귀촌한 부부가 산다. 일전에 그들과 함께 밤을 따기도 했다. 우리 집을 놀이터로 아는 고양이가 작년 늦가을에 지은 원두막 지붕에 올라갔다. 고양이와 전원주택이 잘 어울린다. 고양이의 눈에 저 멀리 있는 전원주택은 보이지 않겠지만.

주간일지 10월16일, 창조절 7주 file

  • 2022-10-17
  • 조회 수 867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9일, 창조절 7주 1) 과부- 이번 설교의 성경 본문에 재판장과 과부가 나옵니다. 대비되는 두 사람입니다. 과부는 ‘불의한’ 재판장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상황이 과부에게는 곤혹스러웠을 겁니다.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었다면 찾아가지 않았겠지요. 누가 봐도 과부의 신세는 한심하고 재판장의 신세는 부러움을 살만합니다. 이런 과부의 신세에 떨어질까 해서 우리는 늘 노심초사합니다. 저는 오늘 설교를 준비하면서 이 과부에게 눈길이 더 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불행할 수밖에 없었으나...

물(物) 161- 기생식물 file [4]

  • 2022-10-15
  • 조회 수 872

10월 4일 마을 산책길에 다른 것에 기생해서만 생존하는 어떤 괴상한 덩굴풀을 보았다. 거미줄처럼 엉켜있다. 뿌리는 없다. 땅에 접촉하지도 않는다. 저 친구에게 목이 감긴 약한 것들은 체액을 빼앗겨서 시나브로 말라 죽는다. 저런 징그럽고 못된 친구들만이 아니라 예쁘고 착한 친구들도 다른 생명체를 양분 삼아 생존하는 게 자연 이치 아니던가.

물(物) 160- 원당 풍경(1) file [2]

  • 2022-10-14
  • 조회 수 569

10월 4일 마을 산책길에 카메라 앵글을 아래에서 위로 잡아 찍은 풍경이 우리 마을이 아닌 듯 낯설다. 사실은 세상의 모든 사물은 낯설다. 자기 자신도 낯설다. 죽음은 모든 낯섦의 극치이다. 낯섦은 새롭다는 뜻이기도 하니 이 낯섦과 더 친해져야겠다.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심정으로!

물(物) 159- 호박씨 file [4]

  • 2022-10-13
  • 조회 수 820

호박씨를 까먹어보니 고소한 잣 맛이 나기도 하고, 비릿한 완두콩 맛이 나기도 한다. 볶으며 그런대로 먹을만하겠다. 내년 호박 농사가 기대된다. 어쨌든지 호박씨는 내숭과 전혀 상관이 없다.

주간일지 10월9일, 창조절 6주 file

  • 2022-10-12
  • 조회 수 78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9일, 창조절 6주 1) 카봇- ‘영광’이라는 단어는 성경에 자주 나옵니다. 아마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신학 용어로도 중요합니다. 자주 듣기는 하나 그 개념이 또렷하게 잡히지는 않습니다. 무심코 ‘저에게 영광입니다.’라거나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설교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영광은 히브리어로 ‘카봇’이라 하고, 헬라어로 ‘독사’라고 합니다. 온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다는 표현(사 6:3, 민 14:21, 시 8:1)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영광은 고정된 형태가 아닙니...

물(物) 158- 발 file

  • 2022-10-08
  • 조회 수 525

호모에렉투스(직립인) 전통을 이어받아 지난 70년 동안 내 몸 가장 아랫부분에서 지구의 중력을 버텨내면서 내 몸을 잘도 받쳐준 발이다. 인간의 발뼈는 세밀하게 발달했다고 한다. 발등에선 붉은 피가 푸른 핏줄을 타고 쉴새 없이 흐른다. 수고했고, 고맙구나. 앞으로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으나 잘 부탁한다.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