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136- 호박잎과 부추꽃

조회 수 564 추천 수 0 2022.09.08 07:00:32

136.JPG

호박잎에 부추꽃이 살짝 기댔다.

시골에 살다 보니

정말 기가 막힌 장면을

매일 수 없이 본다.

물론 도시에서도 도시 나름의 색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절묘한 장면이 펼쳐지겠지만.

이번에 늙은 호박을 거두면서

호박의 압도적인 생명력에 새삼 놀랐다.

그 힘의 원천은

태양 빛을 혼자 다 받아들일 자태로

꼿꼿이 서 있는 잎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물(物) 157- 덩굴손 file

  • 2022-10-07
  • 조회 수 580

오이 덩굴손이다. 저런 간절함이 생명의 능력 아니겠는가.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이 어찌 들어주시지 않겠는가. 문제는 흉내만 낼 뿐 자기의 전 존재를 거는 간절함이 우리에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겠지.

물(物) 156- 목화솜 file [1]

  • 2022-10-06
  • 조회 수 464

목화꽃이 피더니 얼마 후에 저런 모양의 목화솜이 총 세 개 달렸다. 저 안에 씨앗이 각각 열두 개씩 들어있다. 마음이 딱딱해질 때 솜을 손에 쥐면 풀린다. 믿거나 말거나!

물(物) 155- 밤알 삼 형제 file [2]

  • 2022-10-05
  • 조회 수 640

10월 2일 주보 표지 사진이다. 마을 뒷산에 가서 밤을 줍다가 가슴 뭉클한 장면을 사진기에 담았다. 밤이 여물면 각자 흩어져서 떨어지든지 밤송이째 떨어진다. 한 톨이 떨어지면 외롭게 주인을 기다리고 송이째 떨어지면 다정한 모습으로 기다린다. 밤나무 아래 몇 년째 쌓인 낙엽은 공중으로 자기 몸을 던지는 밤알들을 부드럽게 안아준다. 저 숲에서도 그들끼리의 사랑이 깊어간다.

물(物) 154- 냄비꼬지우동 file [2]

  • 2022-10-04
  • 조회 수 569

매월 첫째 주일 동대구역 식당가 분식집에서 국수를 사 먹는다.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가락국수, 두 번째는 냄비계란우동, 이번에는 냄비꼬지우동이다. 한 단계씩 업그레드되었다. 꼬지가 들어가니 새로운 맛이다. 동행과 담소하느라 다 비우지 못했으나 서울역에 도착할 때까지 배는 든든했다. 다음 달에는 무얼 먹을지 지금부터 입이 근질거린다. 간사한 입!

주간일지 10월2일 창조절 5주 file

  • 2022-10-03
  • 조회 수 125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2일, 창조절 5주 1) 죽음 돌파- 이번 설교 제목인 ‘은혜의 시원적 깊이’가 가리키는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죄와 죽음이 극복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저는 설교 마지막 단락에서 “제자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에게 나타난 그 하나님을 믿고, 죽음을 우회하지 않고 평화롭고 용감하게 정면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죽음 돌파’야말로 그리스도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죽음이 폐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은 이렇게 ...

물(物) 153- 붉은 코스모스 file [2]

  • 2022-10-01
  • 조회 수 464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그 모양과 인조물감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색깔 하며, 지금 이 절기에 딱 들어맞는 꽃이다. 전혀 돌봐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때맞춰서 꽃을 피워낸 네가 기특하고 고맙고 대견하다. 거기 머물고 싶을 때까지 머물다가 네가 원할 때 미련 없이 떠나면 된다.

물(物) 152- 온갖 것 file [8]

  • 2022-09-30
  • 조회 수 890

우리 집 마당 꽃밭 일부다. 온갖 것이 모여있는 우주다 이름 있는 화초도 있고 이름 없는 잡초도 있다. 눈에 보이는 벌레도 있고 보이지 않는 생명체도 우글댄다. 온갖 것들이 한데 어울려 잘 지낸다. 키 큰 친구는 큰 대로 작은 친구는 작은 대로, 움직이는 것들을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들은 고정된 채로 아무 불평 없이 잘 지낸다. (그들의 불평을 내가 알아듣지 못할지 모르지만) 모두 뿌리를 땅에 내리거나 땅에 기댈 줄 알기만 하면 된다.

물(物) 151- 창밖 풍경 file

  • 2022-09-29
  • 조회 수 992

매일 아침 식탁에서 바라보는 남창 밖 풍경이다. 왼편은 대나무, 오른편은 참나무와 소나무,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곳에는 벚나무 한 그루, 거기서 오른쪽으로는 작파 직전의 텃밭. 식탁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 슬라이스 치즈가 올라간 곡식 빵 한 조각, 몇몇 과일과 삶은 달걀, 그리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 왼편 동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가을 아침 안개의 냉기를 데우기 시작한다. (2022.9.29.07:25)

물(物) 150- 거미 file

  • 2022-09-28
  • 조회 수 694

겨울 양식을 준비하느라 바쁜지 요즘 나무와 처마 밑 곳곳에 거미들이 진을 쳤다. 자식 거미에서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중이다. 우리가 평소 눈여겨보지 않는 곳곳에서 온갖 생명체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간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고 가슴을 떨리게도 한다. 인간 세상 곳곳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물(物) 149- 호박 속 file [2]

  • 2022-09-27
  • 조회 수 633

며칠 전 텃밭에서 두 번째로 얻은 늙은 호박을 반으로 잘랐더니 벌어진 풍경이다. 호박 속 색깔이 장난이 아니다. 저 안에 든 씨앗 하나가 땅에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자신보다 수백 배, 수천 배 큰 호박을 수없이 생산한다. 이보다 더 놀라운 기적이 어디 있겠나. 우리의 일상에서 늘 오병이어가 발생하는 중이다. 달콤하고 고소한 호박죽이 아침 대용식으로 나왔다.

주간일지 2022년 9월25일, 창조절 4주 file

  • 2022-09-26
  • 조회 수 1217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25일, 창조절 4주 1) 거지 나사로- 이번 설교 본문에 나오는 한 부자와 거지 나사로는 두 종류의 인간상을 대표합니다. 거지 나사로는 한평생 고달프게 살다가 죽어서 아브라함 품에 안겼다고 합니다. 저는 죽음 이후에 관한 성경 이야기는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근원적 사태에 관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나사로는 죽음 이후가 아니라 살아있을 때 이미 아브라함 품에 안긴 겁니다. 이게 믿기 어렵겠지요. 겉으로 드러난 그의 삶은 지옥과 같았으니까요. 그는 그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

물(物) 148- 해바라기꽃 file

  • 2022-09-24
  • 조회 수 1222

9월 초순에 피기 시작한 해바라기꽃이 지금 9월 하순까지 생기를 크게 잃지 않는다. 키가 작고 꽃송이도 작아서 미숙아 같으나 이들로 인해서 등불을 매단 듯 마당이 환해졌다. 신혼부부가 애가 없어서 애를 태우다가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그래서 포기했던 아이를 얻은 기분이다. 네가 이렇게 뜻밖의 손님으로 우리 집을 찾아오다니 너로 인해서 나는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곧 떠날 테지만.

물(物) 147- 중국집 우동 file

  • 2022-09-23
  • 조회 수 623

9월 16일 발인 예식을 마치고 북안 중국집에서 우동 두 그릇을 시켜놓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죽은 자는 화장터로 가고 살아있는 자는 뭔가를 또 먹는다. 우동 국물의 구수한 맛과 면발의 쫄깃한 식감을 입안 가득 느끼면서!

물(物) 146- 일출 file

  • 2022-09-22
  • 조회 수 909

2022년 9월 22일 오전 6시 11분 원당 마을 동편 언덕 위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실물보다 사진이 더 멋져 보일 때도 있으나 이번만큼은 사진이 말도 못 하게 초라해 보인다. 일출 순간이라서 풍경이 초 단위로 바뀐다. 중천으로는 웬만해서는 보이지도 않는 그믐달이, 아기 천사가 타고 있을지 모르는 배처럼 보이는데, 어떤 시구처럼 망망대해를 ‘구름에 달 가듯이’ 미끄러지듯이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내 평생에 본 하늘 풍경 중에서 ‘베스트 텐’에 꼽힐 수 있는 풍경을 오늘, 조금 전에 본 셈이다. ...

물(物) 145- 마지막 순간 file

  • 2022-09-21
  • 조회 수 942

자기 운명이 여기까지인 걸 아는지 햇살 쏟아지는 꽃잎 위에서 한 마리 메뚜기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일지 모르니 걱정하지 말고 잘 가거라.

물(物) 144- 현풍제일교회 file

  • 2022-09-20
  • 조회 수 808

9월 14일 입관 예식과 9월 16일 발인 예식이 있어서 논공 아무개 요양병원 장례식장에 갔다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 할 현풍에 연이어 두 번 들렸다. 논공에서 현풍은 코앞이다. 그곳에는 내가 만으로 서른세 살부터 마흔네 살까지, 그러니까 1986년 6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12년 동안 담임 목사로 지냈던 현풍제일교회가 있다.

주간일지 2022년 9월18일, 창조절 3주 file

  • 2022-09-19
  • 조회 수 1044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18일, 창조절 3주 1) 베레 호모- 이번 설교에 vere Deus vere Homo라는 라틴어 신학 개념이 나옵니다. ‘참된 하나님, 참된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교가 예수님의 정체성을 규정한 단어입니다. 이번에는 주로 베레 호모에 핀트를 맞췄습니다. 디모데전서 그리스어 본문은 중재자의 성격을 말하면서 ‘안트로포스’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일반 학문에서 사용하는 인간학(anthropology)이 이 그리스어에서 온 겁니다. 신약성경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말할 때 ‘사람’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습...

물(物) 143- 블라인드 file

  • 2022-09-17
  • 조회 수 424

두 주일쯤 전 동틀 무렵 동편 창문에 걸린 블라인드 줄을 살짝 당겨 조정하자 서편 벽에 기하학적인 미술작품이 출현했다. 다음에는 저 앞에 내 몸 그림자를 겹쳐봐야겠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그 이후 수많은 물리학자까지 왜 광학에 몰두했는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느낌만은 알겠다. 신비한 힘에 끌린 게 아닐는지.

물(物) 142- 이발 가위 세트 file [2]

  • 2022-09-16
  • 조회 수 1339

오래 벼르고 벼르다가 이발 가위 세트를 사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더니 깔끔하고 성능 좋게 생긴 저 친구가 배달되었다. 9천4백 원이다. 뿌듯하다. 한 번 사용했으니 이미 본전은 뽑은 셈이다.

물(物) 141- 달과 목성 file

  • 2022-09-15
  • 조회 수 1169

한 지인이 추석날 밤 목성 봤어요, 하고 묻는다. 달만 보고 목성은 못 봤는데요. 목성이 불덩이처럼 크게 빛났는데요, 한다. 추석 다음 날 9월11일 주일 밤에 작심하고 목성을 찾아서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수준이 낮은 똑딱이 카메라에 담았다. 10시 방향에서 반딧불처럼 빛나는 물건이 목성인가 보다. 인터넷 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목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11.2배, 부피는 지구의 1,300배가 넘으며, 질량은 지구의 318배 정도이다. 태양계 너머 우주까지 갈 것 없이 태양계만 생각해도 지금 내...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