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83- 벤치

조회 수 715 추천 수 0 2022.06.25 08:24:28

() 083- 벤치

083제주도한라수목원.JPG

여름비에 온몸 적시고

꽃잎 눈 맞은 *벤치가

지나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지난 세월 이야기 나누면서

잠시 쉬었다 가시죠,

한다.

*한라 수목원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물(物) 090- 옥수수꽃과 벌 file

  • 2022-07-06
  • 조회 수 567

물(物) 090- 옥수수꽃과 벌 어제 본 저 숨 막히는 장면은 도대체 언제 준비된 것인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인지, 생각할수록 아득하고, 그래서 아찔할 뿐이다. 대다수 풀과 나무는 꽃에 열매가 달리는데 옥수수는 줄기와 잎새 사이에, 예상하지 못한 곳에 열매가 달린다.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물(物) 089- 삼나무 file

  • 2022-07-05
  • 조회 수 1449

물(物) 089- 삼나무 제주 삼나무 둥치를 이끼류 녹색 기생 식물이 뒤덮었다. 바닷가 습기가 저런 생태를 만든 셈이다. 지구 안에 던져진 모든 물(物)은 서로 기생하거나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 조금 불편해도, 또는 ‘저 친구는 민폐야.’라는 생각이 들어도 모든 존재하는 것들 사이의 메커니즘에 놓인 비밀이 얼굴과 얼굴을 보듯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며 견디는 게, 또는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주님은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고(마 5:39) 하셨고, 바울은 악을 악으로 갚지 말...

주간일지, 7월3일, 성령강림후 4주 file

  • 2022-07-04
  • 조회 수 1095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7월3일, 성령강림 후 4주 1) 힘 빼기- 하나님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사는 데 필요한 삶의 자세가 ‘힘 빼기’라고 설교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너무 흔한 표현이라서 기독교적인 특징이 약해 보이겠으나, 중요한 관점이기에 짚은 겁니다. 힘을 뺀다는 말은 자기를 가볍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가볍게 여기면 남에게서 대접받지 못한다고 해서 서운해할 거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를 존중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 갇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다른 이에게서 무시당하는 걸 못 견딥니다...

물(物) 088- 찔레꽃 file [2]

  • 2022-07-02
  • 조회 수 1067

물(物) 088- 찔레꽃 찔레꽃은 한철 피고 끝나는 게 아니라 피고 지고를 구도자처럼 반복한다. 체스터턴의 멋진 설명에 따르면 자연에서 발생하는 똑같은 현상의 반복은 그런 일을 전혀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로 하나님의 창조와 생명 능력이 폭발적이라는 의미다. 얼마 전에 시들어가는 찔레꽃을 사진에 담았다. 미학(aesthetics)이 왜 가능하고 필요한지를 이번에 다시 절감했다.

물(物) 087- 현무암의 세계 file

  • 2022-07-01
  • 조회 수 1396

물(物) 087- 현무암의 세계 저기 현무암으로 추정되는 돌에는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이끼와 덩굴 초와 마른 침엽, 또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미생물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어울렸다. 저들 세계에 비가 내리고 바람도 스치며 햇살도 방문한다. 저 나지막한 *돌담을 쌓은 사람에게는 또 어떤 사연이 있을지, 모든 세계는 아득하다. *제주도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물(物) 086- 덩굴손 file

  • 2022-06-30
  • 조회 수 1732

물(物) 086- 덩굴손 눈이 없는 오이 덩굴손은 암벽 클라이밍 선수처럼 제자리를 잘도 찾는다. 손아귀 힘은 어찌나 억센지 30센티 오이 무게도 너끈히 버텨낸다. 저런 억척스러운 생명의 힘이 있다면 무슨 어려움인들 감당하지 못하리오.

물(物) 085- 설교 노트 file [4]

  • 2022-06-29
  • 조회 수 806

물(物) 085- 설교 노트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200자 원고지로 36매 분량의 설교원고를 작성하기 전에 설교 노트에 손글씨로 설교의 얼개를 짠다. 일주일에 한 번씩 평생 거친 작업이다. 이쯤 되면 설교 준비하지 않고, 아니면 대충 준비하고, 눈 감고도 콧노래 부르듯이 강단에 설 수 있으련만 나는 목사 안수받고 처음 설교단에 오른 초보 설교자처럼 긴장한다. ‘과연 나는 하나님 말씀을 실질적으로 경험한 사람인가?’ 하는 두려움으로!

물(物) 084- 망초 file [7]

  • 2022-06-28
  • 조회 수 1436

물(物) 084- 망초 망초로 보이는 야생초 하나 아슬아슬한 각도로 벼랑에 뿌리를 내린 채 자신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뽐낸다. 됐다.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주간일지 6월26일, 성령강림후 3주 file

  • 2022-06-27
  • 조회 수 830

대구 샘터교회 주간 2022년 6월26일, 성령강림 후 3주 1) 미래 지향성- “하나님 나라의 미래 지향성”이라는 설교 제목이 멀게 느껴질 분들이 없지 않을 겁니다. 조금 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인 “하나님 나라의 종말론적 능력”이라고 바꿔도 됩니다. 복음서의 핵심 주제인 하나님 나라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리스도교 신앙이 깊어지지 않기에 저는 기회가 날 때마다 하나님 나라에 관해서 설명합니다. 저도 다 아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정확하게 아는지도 자신이 없긴 합니다. 제가 아는 범주 안에서, 또는 제가 들어간 깊...

물(物) 083- 벤치 file

  • 2022-06-25
  • 조회 수 715

물(物) 083- 벤치 여름비에 온몸 적시고 꽃잎 눈 맞은 *벤치가 지나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지난 세월 이야기 나누면서 잠시 쉬었다 가시죠, 한다. *한라 수목원에서

물(物) 082- 점자블록 file

  • 2022-06-24
  • 조회 수 793

물(物) 082- 점자블록 점자블록을 몸으로 읽을 줄 모르는 나는 이 세상에서 일정한 장애를 겪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뭔가 아는 척은 잘한다.

물(物) 081- 살구 file [2]

  • 2022-06-23
  • 조회 수 1570

물(物) 081- 살구 솜털까지 닮은 걸 보니 ‘살’구는 사람 ‘살’과 닮아 붙여진 이름인가보다. 살과 빛이 하나가 되었네.

물(物) 080- 떼제 file

  • 2022-06-22
  • 조회 수 805

물(物) 080- 떼제 찬양집 떼제(Taizé) 찬양 123곡이 든 저 노래집을 통해서 우리는 수많은 수행자의 영혼과 교감할 수 있다. 돈으로는 몇 푼 안 되는 저 책 속에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시와 선율이 담겨있다는 사실은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일이다. 문제는 시와 선율의 아름다움을 실제로 느낄 줄 아느냐에 달려있다. 무엇이 삶의 ‘미’인가?

물(物) 079- 꽃병(부분) file

  • 2022-06-21
  • 조회 수 950

물(物) 079- 꽃병(부분) 은은한 색깔의 모자이크 무늬를 지닌, 오랜 세월 우리 가족과 함께한 저 꽃병이 저렇게 다소곳이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더없는 즐거움이고 위로다.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안다면 크게 돈 들이지 않고도 삶을 즐거워하거나 위로받을 대상이 여기저기 널려 있으니 조금 더 자기를 내려놓고 살아도 괜찮지 않겠는가.

주간일지 6월19일, 성령강림후 2주 file

  • 2022-06-20
  • 조회 수 1022

대구 샘터교회 주간 2022년 6월19일, 성령강림 후 2주 1) 7천 명- 엘리야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행사하던 사람도 어려운 상황에 떨어지자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고 호소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의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그는 여호와로부터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않은 7천 명을 남겨두었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늘 우리에게 피할 곳을 마련해두신다는 사실을 이 말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7천 명이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7천이 ...

물(物) 078- 감나무 잎 file

  • 2022-06-18
  • 조회 수 1011

물(物) 078- 감나무 잎 2022년 6월 16일 오후 1억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에서 출발한 햇살이 원당 마을에 있는 어린 감나무 잎에 와 닿았다. 진한 녹색 잎에서 벌어지는 저 생명 현상을 인간이 어찌 흉내 낼 수 있겠는가. 저 앞에서 나는 불꽃만 낼 뿐 타지 않는 떨기나무 앞에서 거룩한 존재인 여호와를 경험한 모세처럼 신을 벗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저것은 생명의 불이다.

물(物) 077- 끈 file

  • 2022-06-17
  • 조회 수 603

물(物) 077- 끈 흔하디흔해서 대개 쓰레기로 버려지는 끈도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저 끈은 놀랍게도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物)이 된다. 그런 순간을 포착할 줄 알거나 모든 순간을 그런 필요한 순간으로 살아낼 수 있다면 그는 구원에서 그리 멀지 않으리라.

물(物) 076- 나리꽂 file

  • 2022-06-16
  • 조회 수 478

물(物) 076- 나리꽂 별 소란스러움도 없이 푸른 잎으로 다소곳이 자라다가 어느 순간에 봉긋한 몽우리를 밀어 올리더니, 별안간 불디 붉은 꽃으로 탈바꿈했다. 그래, 아니 그러니까 그대가 바로 생명 아니겠는가.

주간일지 6월12일, 성령강림후 1주

  • 2022-06-12
  • 조회 수 826

대구 샘터교회 주간 2022년 6월12일, 성령강림 후 1주 1) Veni, sancte Spiritus- 오늘 설교 본문의 한 구절인 요 16:13절에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보통 하나님의 영, 그리스도의 영, 또는 생명의 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특이하게도 ‘진리의 영’이라고 했습니다. 요한복음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의 하나가 진리(알레테이아)입니다. 진리는 그리스 철학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요한복음 기자는 복음을 그리스 철학에 기대서 변증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성령이 온다는 말을 실감하기가 ...

물(物) 075- 휴지 file

  • 2022-06-11
  • 조회 수 873

물(物) 075- 휴지 휴지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절감하는 사람은 자신이 휴지처럼 사용되어도 크게 속상해하지 않을 수 있지 싶다. 문제는 자신을 무한히 가볍게 여길 수 있느냐에 달렸다. 나는 멀었다.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