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65) 요 12:32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

예수가 땅에서 “들린다.”라는 말은 우선 십자가 죽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나무에 달린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만 “땅에서 들린다.”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33절에 해설이 따른다. “이렇게 말씀하심은 자기가 어떠한 죽음으로 죽을 것을 보이심이라.” 객관적으로 볼 때 예수가 자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 모든 사람을 자신에게 이끌겠다는 발언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십자가 죽음은 사람을 모은다기보다는 오히려 흩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음과 수치의 상징인 십자가에 죽은 자를 따를 자는 당시에 아무도 없었다. 예수 제자들마저 모두 자기 고향으로 흩어졌다. 7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뒤에 나타난 요한복음 공동체의 처지에서는 이 발언이 설득력이 있다. 그들은 예수 공동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땅에서 들린다.”라는 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싶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아들이자 그리스도로 인식되고 고백 되었다. 예수가 높임을 받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전하던 자가 이제 하나님 나라의 주체가 된 것이다. 인간 예수로부터 초월자 그리스도로 올림을 받게 되었다는 뜻이다. 사도신경의 표현을 빌리면 “죽은 자로부터 부활하신 자”이다. 이런 해석이 옳다면 예수가 모든 사람을 당신 자신에게 이끌겠다는 발언도 정당하다. 하나님의 아들로 올림 받은 자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