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내 때가 이르지 않았다.’는 예수의 말을 듣고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예수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대로 따르라고 일렀다. 예수는 아니오.’라고 말했는데, 마리아는 라고 들은 것 같다. 예수의 입장이 난처했을 것이다. 예수가 행동에 나서도록 몰아가는 어머니를 모른 척 할 수도 없었다. 이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요한복음 기자는 당시 풍경을 간단히 전한다. 정결 예식에 필요한 돌 항아리가 여섯 개나 놓여 있었다. 잔치집이라서 항아리가 많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한 집에 한 개면 충분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면서 손발을 씻는 물이 항아리에 들어있다. 예수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말한다. 그러자 하인들이 물을 항아리 아귀까지 채웠다고 한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는 말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예수의 발언은 어떤 것이나 다 소중하다. 우리는 오늘 저 발언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예수는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는 이다. 불교에서는 염화미소(拈華微笑)에 큰 의미를 부여하겠으나 기독교에서는 구체적인 언어와 행위가 중요하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늘 분명하게 말했다. 나를 따르라. 세상으로 가라.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회개하라.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그걸 알아듣고 말과 행동에 나선 이도 있었고, 외면한 이들도 있었다. 개중에는 도사 연하면서 염화미소를 보인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예수를 인격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그가 한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뜻이다. 귀담아 듣는 사람은 거기에 인격적으로 반응한다. 듣고 반응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내용이다. 신앙의 내용이 채워지려면 자신이 무슨 말을 듣고 있는지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어야한다. 성찰하려면 예수가 누군지를 알아야한다. 예수의 정체성은 신학공부를 통해서 전달된다. 신학공부 없이 신앙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것은 바둑 정석공부 없이 바둑을 잘 두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가는 꼼수만 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304 10월19일 불과 소금 2008-10-18 4262
6303 육과 영, 요한복음 묵상(25) [4] 2013-05-26 4256
6302 권은희 수사과장 [6] 2013-08-20 4248
6301 5월23일- 버림과 따름 (1) [2] 2006-05-23 4246
6300 5월7일 하나님의 나라 (4) [2] 2006-05-08 4246
6299 5월5일- 하나님의 나라 (2) [1] 2006-05-05 4240
6298 주님의 사자(使者), 3월28일 [3] 2006-03-29 4232
6297 5월30일- 안식 (2) [3] 2006-05-30 4219
6296 10월20일 자색 옷(5) [4] 2009-10-19 4212
6295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7] 2010-02-15 4210
6294 부자와 거지 나사로 2013-09-28 4192
6293 3월8일 예수님의 축사 [2] 2008-03-07 4181
6292 냉담신자 [7] 2013-08-08 4179
6291 어린왕자(3), 2월14일(목) [9] 2013-02-14 4178
6290 예수의 얼굴, 1월21일(월) [8] 2013-01-21 4173
6289 변화산 사건, 2월11일(월) 2013-02-11 4164
6288 5월18일- 일상의 힘 [2] 2006-05-18 4156
6287 김동건 박사의 <현대인을 위한 신학강의> [7] 2011-04-09 4153
6286 예수 수수께끼 [4] 2013-11-18 4151
6285 목사공부(74)- 성찬의 의미 2014-07-03 4137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