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화
나비
어제 우리 마당에 만발해 있는 코스모스를 찾아온 나비를 사진으로 담았다. 나비가 나는 모습은 특별하다. 나는 것들 중에서 가장 황홀한 몸짓을 보인다. 나는 것들은 모두 멋있기는 하다. 하루살이도 귀엽다. 하루살이보다 더 작은 게 나는 걸 보면 신기하다 못해 신비롭다. 벌들의 나는 모습 역시 멋지다. 여섯 개의 발들을 밑으로 축 쳐지게 한 채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서 난다. 그런 것들을 총망라해도 나비의 비상 능력에는 이르지 못한다. 나비의 팔랑팔랑 날갯짓은 자유롭다 못해 꿈의 세계에서 노니는 듯하다. 그래서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나비는 자기 몸에 비해서 유난히 큰 날개를 갖고 있다. 몸이 작고 가벼운데다가 날개가 크니 비상의 자유를 누릴 수밖에 없다. 벌의 날개 진동수는 높다. 일초에 수십 번 움직일 것이다. 보기에 불쌍할 정도다. 대개의 곤충들이 빠른 날갯짓으로 난다. 나비는 다르다. 날갯짓이 느리다. 느리면서도 유연하다. 느린 날갯짓으로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이유는 몸체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가벼운 몸과 넓은 날개가 나비만의 고유한 비상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자기를 무한히 가벼운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루터의 솔라 피데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루터는 엄격하기로 유명한 어거스틴 수도회 수도승으로 살았던 자기 경험에 근거해서 사람이 자기 구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뚫어보았다. 나비의 날개는 믿음과 같다. 몸체인 자신을 가볍게 하고 믿음의 날개를 크게 하는 사람은 구원의 세계에서 나비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벼워짐을 두려워하지 말 것!
육아용품 중에는 나비가 참 많더라구요. 이불에는 나비그림이 있고, 장난감 나비 날개 안에는 은박지가 있는지 부스륵 소리도 나고, 굵은 실로 된 더듬이는 우리 아이가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6개월된 아이를 안고 밖에 나갔다 꽃에 앉은 나비를 봤습니다. 제가 더 흥분해서 "현서(아이 이름)야! 쟤가 그 나비야. 진짜 나비!!"라 했는데 작은 나비가 꽃이랑 분간이 잘 되지 않고, 금새 날아 오르는데 방향 전환을 얼마나 급격하게 하면서 날아가는지 애가 나비를 눈에 담지 못하더라구요. 제가 애랑 본 나비는 목사님이 보신 나비처럼 느린 비행을 안해주더라구요ㅎㅎ
아이가 진짜 나비를 이렇게 눈 앞에 두고서도 못알아보는게 아쉬워서 제가 발까지 동동 구르는데, 격하고 불규칙적으로 날던 나비가 우리 눈앞에 잠시나마 고요하게 비행을 하더라구요. '그림, 장난감으로 보던 나비가 실제로는 이렇구나' 하고 우리 아이가 뭔가를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저는 그 순간 그 나비 모습에 무척 설레었습니다. 약간 시간이 멈춘듯한 착각도 했구요ㅎㅎ 흔하고 무관심했던 풍경 속에 있던 나비가 그 순간엔 새로웠죠. 다음 나비에게선 목사님 말씀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모습도 찾아봐야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