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삶(2)

조회 수 1236 추천 수 0 2017.09.05 20:37:07

십자가 신학

십자가 신학이라는 말의 뉘앙스는 뭔가 불편하게 불길하게 들린다. 희생, 고생, 실패 등등의 느낌이다. 21세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예수가 말씀하셨다 해서 우리가 지금 일부러 십자가를 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예수도 의도적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건 아니다. 복음서 기자들이 말하는 대로 예수는 십자가를 피하고 싶어 했다. 십자가의 죽음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동의하기 힘들지만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기의 판단과 하나님의 뜻이 다를 때 하나님의 뜻을 선택하는 게 바로 십자가의 길이다. 그 선택의 결과는 늘 똑같지 않다. 좋게 될 때도 있고, 잘못 될 때도 있다. 주변에서 인정을 받기도 하고, 부정당하기도 한다.

구약의 선지자들도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서 거기에 순종하려고 했다. 이스라엘 민중들은 선지자의 말을 듣고 경우에 따라서 열광하기도 했고, 비난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선지자들끼리 서로 다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렘 28장이 전하고 있는 예레미야와 하나냐를 보라. 당시는 바벨론 제국에 의해서 예루살렘 파괴된 기원전 587년을 얼마 앞둔 때였다. 나라가 풍전등화 상태였다. 두 사람의 선지자가 신탁을 받아 말씀을 선포했다. 하나냐는 여호와께서 바벨론을 물리쳐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믿음으로 뚫고 나가자고 격려했다. 예루살렘 주민들은 그의 설교에 열광했다. 이에 반해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도우심은 나중 일이니 지금은 일단 바벨론 제국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설교했다. 예루살렘 주민들과 관료와 귀족들은 예레미야의 설교를 매국노의 설교로 간주했다. 결국 예레미야는 옥에 갇혔고,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역사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당시 사람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뜻을 옳게 이해했고, 설교했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따른다는 게 무슨 뜻인가? 기도만 하면 그걸 다 알 수 있을까? 그렇기만 하다면 제자로서의 삶은 늘 명백하겠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를 분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는 그것이 진리와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수의 경우에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온다.’(4:23)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8:32) 하이데거의 설명에 따르면 진리를 가리키는 헬라어 알레테이아는 어원적으로 탈()은폐를 가리킨다. 진리는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종말론적으로 은폐된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진리를 향해 열린 사람은 질문을 숙명으로 경험한다. 교회와 목회와 교리와 세상과 생명과 정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자기의 소명과 운명에 대해서 죽을 때까지 질문한다. 그런 사람은 예수가 당시 율법과 성전주의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처럼 자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거꾸로 자유로운 영혼만이 질문한다. 오늘 한국교회에서는 진리의 영이 작동되지 않는다. 교회성장이라는 시장 원리가 모든 질문과 문제 제기를 억압하고 있다. 실제로는 더 이상 교회성장이 불가능한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교회가 거기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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