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삶(6)

조회 수 1398 추천 수 0 2017.09.09 20:45:46

2) 루터가 비판한 교황 절대권은 오늘 개신교회의 성경 문자주의에 해당된다. 흔한 말투로 가톨릭교회에는 사람 우상이 있고, 개신교회에는 종이 우상이 있다.’고 한다. 이 문제가 헌금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모든 신앙생활의 문제들이 바로 여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성경의 우상화는 광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벌어지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런 명분 없이 세상과 충돌한다. 예컨대 진화론에 대한 입장이 그것이다. 창조과학을 받아들이는 교회가 한국처럼 많은 곳은 세계 그 어디에도 없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다보니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과학을 진리라고 고집하는 것이다. 타종교인들과 동성애자들에게 대한 적개심 역시 이런 근본주의적인 문자주의에 기인한다. 성경 문자주의는 교파난립의 원인이기도 하다. 성경 문자주의는 성서의 역사 비평을 거부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신학무용론을 공고히 했다.

다른 건 접어두고, 우리말 성경이 번역된 것이라는 사실만 알아도 문자주의에 떨어질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요 1:1절은 이렇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여기서 말씀은 헬라어 로고스의 번역이다. 로고스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코스모스인 이 세상이 조화롭게 작동되게 하는 힘을 가리켜 로고스(언어, 이성)라고 불렀다. 그 단어를 말씀이라고 번역하면 부분적으로만 옳다. 그것을 개념적으로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차라리 태초에 로고스가 계시니라.’고 번역하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번역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복음서에 나오는 바실레이아는 나라, 통치라는 의미다. 하나님의 나라는 바실레이아 투 데우. 하늘나라는 바실레이아 톤 우라논이다. 우리말 성경에서 전자는 하나님 나라로, 후자는 천국으로 번역되었다. 하나는 순수 우리말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다. 순수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바실레이야 톤 우라논은 하늘 나라로 해야 하고, 한자로 하려면 바실레이아 투 데우를 신국이라고 해야 한다. 16:28절에서는 바실레이아권능으로 번역했다. 바실레이라는 우리말로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성경 문자주의를 고집한다는 것은 신앙이라기보다는 맹신이다. 좋게 보면 순진한 거고, 정확하게 보면 고집스러운 거다.

몇 군데 더 확인하자. 헬라어로 프뉴마는 영이고(형용사는 프뉴마티코스), 로기코스는 합리적인이라는 뜻이다. 바울은 롬 12:1절에서 우리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는 것을 가리켜 합리적인’(로기코스) 예배라고 했는데, 우리말 성경에는 영적예배라고 번역되어 있다. 영적이라는 말과 합리적인(또는 이성적인)이라는 말은 크게 다르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흔하다. 예를 들어 욥기 23:10절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결국 강한 믿음을 갖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실제로는 그게 아니다. 욥의 친구들은 욥에게 회개하라고 강요했다. 욥의 고난은 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욥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하나님에게 징벌을 받는다고 해도 자기는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평신도들이야 전문가가 아니니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목사, 그리고 목사 후보생들마저 여전히 문자주의에 떨어져 있다는 것은 로마가톨릭의 신학적 오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쟁했던 종교 개혁가들의 후예로서 자격 미달일 뿐만 아니라 유대교 정통주의 세력에 의해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제자로서도 역시 함량 미달이다. 제자의 삶은 무엇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한 신학적 통찰을 요구한다. 이런 신학적 통찰은 목사 자격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수행되어야 한다. 평생 구도적으로 신학공부를 할 각오를 하지 않는 사람은 목사의 길을 포기하는 게 낫다. 직업인으로서의 목사는 루터 당시의 교황들처럼 아주 쉽게 장사꾼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사꾼이라 하더라도 정직하기만 하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자칫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기꾼이 될 수도 있으니 목사의 길은 위험하다.


[레벨:18]은나라

2017.09.10 00:32:06

성경번역에 있어서.. 일반 교회에서의 가르침은, 그 번역까지도 하나님의 허락하에 그분의 섭리속에 이루어진 것이니,

의심하지 말고, 성경의 일점일획이라도 빼고 더함없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으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니, 암것도 모르는 일반 성도들은 그냥 따를수 밖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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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9.11 09:41:51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계속 묻어두면

결국 가슴에 병이 듭니다.

신앙적으로 자책하다가 평생을 끝내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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