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4일, 목
이벤트
삶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이벤트를 만든다. 종류도 여러 가지다. 여행, 스포츠, 영화와 연극, 외식 등등이다. 돈 버는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다른 이벤트를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돈이 그에게는 최상의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실험실에 틀어박힌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수도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 없다. 그런 이들 외에 평범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그걸 만들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티브이에 매달려서 대신 만족한다. 소위 먹방 프로그램은 이런 대용 이벤트로 안성맞춤이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삶의 매 순간을 이벤트로 경험할 수 있다. 두 발로 서서 걷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이벤트는 없다. 소박한 밥상을 대하는 것도 대단한 이벤트다. 커피 한잔은 또 어떤가. 가을하늘의 구름은 너무 황홀하여 돈 지불하지 않는 게 미안할 뿐이다. 설거지도 절묘하다. 낙엽 하나 뚝 떨어지는 순간, 석류의 붉은 색깔이 눈에 확 들어오는 순간은 다 이벤트다. 이 세상에는 이벤트 아닌 게 하나도 없다.
오늘도 나는 일주일에 두 번 나가는 테니스장에 들렀다. 운동을 마치고 차를 끌고 집으로 오는 중이었다.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앞차의 미등을 보고 있었다. FM 라디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바로 그 순간이 나에게는 대단한 이벤트였다. 그 순간이 신비롭게 경험되었기에 다른 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너무 자주 해서 어떤 이들에게는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에게는 절실하다. 지금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전기가 들어오고, 책상 위에 책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내가 마실 캔 맥주도 놓여 있다. 그 외에 수십, 수백 개의 사물이 내 방을 채우고 있다. 각각이 다 이벤트이고, 합해서 또 이벤트를 만든다. 그 모든 것들과 함께 내가 속해 있는 이 ‘순간’은 또 쏜살같이 어딘가로 가버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샘터교회 사이트에서 목사님의 매일묵상을 이렇게 매일읽는것이 이벤트인 분들이
비단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삶의 찰나가 주는 감사와 즐거움을 놓치고 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다시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