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이벤트!

조회 수 1451 추천 수 0 2017.09.15 21:03:22

어제 매일묵상 '이벤트'에 여러분들이 공감을 표시하셔서

오늘 다시 2탄을 쏘겠습니다.

이름 하여 청국장 이벤트입니다.

오늘 영천 시립 도서관에 갔습니다.

갈 때마다 기분이 좋네요.

은퇴하면 일주일에 세 번은 가야겠습니다.

점심을 인근에 새로 개업한 '한여사네 청국장' 집에 갔습니다.

식당은 별로 크지 않는데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는 식탁의 식당이었습니다.

제가 가부좌 자세를 잘 유지하지 못해서

낮은 밥상 자리는 불편하거든요.

손님이 많을 때는 솔로 손님이 마뜩찮을 텐데도

이 식당은 그런 부담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일단 주인과 종업원들이 싹싹한 게 하나의 이유였어요.

말이 길어지려고 하니 줄이겠습니다.

7천원짜리 청국장을 시켰습니다. 일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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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계란찜, 청국장, 구운 고등어 반쪽, (한 가운데 있는 게 뭐죠? 오뎅은 아니고, 어묵인가요? 나중에 기억 나면...), (이름모를) 채소 삶아 무친 것, 김치, 김(이거 집에서 직접 기름 발라 구운 거 같아요. 옛날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맛이었습니다. 이것만 먹기 위해서라도 저 식당에 다시 가야겠어요.), 고추조림, 생배추 두 조각, 매운 고추, 쌈장입니다. 종류가 많네요. 쟁반 오른 쪽에는 통 안에 든 멸치가 있고(이게 전식인지 후식인지, 또는 청국장에 추가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종업원들이 바빠서 묻지 못했어요.), 양념간장, 생수, 컵이 있고, 청국장 그릇 위에 제가 젓가락과 숟가락을 올려놓았습니다. 테이블 4가 적힌 주문서도 보이네요. 여기에 놓인 먹을거리에 얽힌 사연이 오죽 많겠습니까. 그 모든 사연들이 이벤트입니다. 그걸 속속들이 살피려면 한 시간도 부족하겠지요. 열심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식후 사진도 한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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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릇이 깔끔하지요? 주메뉴인 청국장이 제 입맛에는 짜서 약간 남겼습니다.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밥은 다 비웠고, 계란찜도 대충 다 먹었습니다. 김치도 다 먹지 못했고, 작은 고추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고등어 맛이 비린내도 나지 않고 좋았습니다. 두 사람이 가면 한 마리 다 줄 겁니다. 돈만 더 내면 추가도 가능합니다. 든든히 먹고 다시 도서관으로 천천히 돌아갔습니다. 중간에 카페도 있긴 했는데, 배가 불러서 마실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 마당을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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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수종도 다양합니다. 봄에는 꽃도 제법 많이 피었을 거 같네요. 지금도 부드러운 꽃이 핀 나무가 다른 쪽에 보면 있고, 꽃사과도 열렸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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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의자에 앉아서 테이크 아웃 커피도 마시고, 바람도 느끼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화도 합니다. 제가 앉았던 벤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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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의 시도 한번 읽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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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화체육부 장관 도종화 시인의 시도 읽었습니다. 잠시 쉬다가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본격적으로 설교를 작성하기 전에 소화도 시킬 겸 책을 몇 권 골라서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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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권 중에서 위에서 두번째 귄터 그라스의 <양파 껍질을 벗기며>는 지난번에 한번 빌렸다가 다 읽지 못해서 다시 신청했더니 한번 빌린 것은 일주일 지나야 된다기에 네 권만 들고 나왔습니다. 제목만 봐도 마음이 든든하네요. 김명인과 김수영에게 마음이 쏠립니다. 오늘은 청국장으로부터 시작해서 김수영으로 끝났습니다. 중간에 설교 작성 작업이 있었지요. 이런 사건과 사연들이 다 어디론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왕 흘러갈 거라면 휘파람 불면서 즐겁게 가야겠지요. 예수와 함께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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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캔디

2017.09.16 15:19:45

청국장 밥상을 한참 바라보니 제가 먹은듯한 느낌이..ㅎㅎ

빈 밥상을 보니 제 배가 부른듯한 느낌이 ㅎㅎ


목사님의 일상을 보며 저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저도 목사님 융내내며 

매순간  하루하루를 이벤트로 생각하며 살아가려는데...

쉽지는 않겠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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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9.16 20:20:57

세상에는 뭔가가 끊임없이 사건으로, 현상으로 발생하고 있어요.

그게 참 신기한 거지요.

그리고 그것들이 다 유기적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참 신기한 거지요.

청국장 하나에도 우주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거에요.

그걸 생각하면 가슴 뿌뜻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것은

오히려 하찮은 것들이기고요.

[레벨:17]홍새로

2017.09.16 15:52:22

목사님 추천하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다보니
일상이 이벤트가 될수 밖에 없는군요.
인류가 지구 바깥으로 나가서 우주를 관찰할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는 한점 티끌위에
살고 있고 무한한 공간속의 한점이며
흐르는 시간속에서 찰나의 순간 밖에 차지하지
못한다고 하는군요.
무엇이 리얼리티고 어떤 삶의 태도가 추상적인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새삼 이 계절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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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9.16 20:22:52

현대인들은 허상을 쫓아가느라

실제 리얼리티는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군요.

우리의 눈을 뜨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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