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매일묵상 '이벤트'에 여러분들이 공감을 표시하셔서
오늘 다시 2탄을 쏘겠습니다.
이름 하여 청국장 이벤트입니다.
오늘 영천 시립 도서관에 갔습니다.
갈 때마다 기분이 좋네요.
은퇴하면 일주일에 세 번은 가야겠습니다.
점심을 인근에 새로 개업한 '한여사네 청국장' 집에 갔습니다.
식당은 별로 크지 않는데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는 식탁의 식당이었습니다.
제가 가부좌 자세를 잘 유지하지 못해서
낮은 밥상 자리는 불편하거든요.
손님이 많을 때는 솔로 손님이 마뜩찮을 텐데도
이 식당은 그런 부담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일단 주인과 종업원들이 싹싹한 게 하나의 이유였어요.
말이 길어지려고 하니 줄이겠습니다.
7천원짜리 청국장을 시켰습니다. 일단 보세요.
밥, 계란찜, 청국장, 구운 고등어 반쪽, (한 가운데 있는 게 뭐죠? 오뎅은 아니고, 어묵인가요? 나중에 기억 나면...), (이름모를) 채소 삶아 무친 것, 김치, 김(이거 집에서 직접 기름 발라 구운 거 같아요. 옛날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맛이었습니다. 이것만 먹기 위해서라도 저 식당에 다시 가야겠어요.), 고추조림, 생배추 두 조각, 매운 고추, 쌈장입니다. 종류가 많네요. 쟁반 오른 쪽에는 통 안에 든 멸치가 있고(이게 전식인지 후식인지, 또는 청국장에 추가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종업원들이 바빠서 묻지 못했어요.), 양념간장, 생수, 컵이 있고, 청국장 그릇 위에 제가 젓가락과 숟가락을 올려놓았습니다. 테이블 4가 적힌 주문서도 보이네요. 여기에 놓인 먹을거리에 얽힌 사연이 오죽 많겠습니까. 그 모든 사연들이 이벤트입니다. 그걸 속속들이 살피려면 한 시간도 부족하겠지요. 열심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식후 사진도 한장 찍었습니다.
빈그릇이 깔끔하지요? 주메뉴인 청국장이 제 입맛에는 짜서 약간 남겼습니다.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밥은 다 비웠고, 계란찜도 대충 다 먹었습니다. 김치도 다 먹지 못했고, 작은 고추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고등어 맛이 비린내도 나지 않고 좋았습니다. 두 사람이 가면 한 마리 다 줄 겁니다. 돈만 더 내면 추가도 가능합니다. 든든히 먹고 다시 도서관으로 천천히 돌아갔습니다. 중간에 카페도 있긴 했는데, 배가 불러서 마실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 마당을 좀 보세요.
조경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수종도 다양합니다. 봄에는 꽃도 제법 많이 피었을 거 같네요. 지금도 부드러운 꽃이 핀 나무가 다른 쪽에 보면 있고, 꽃사과도 열렸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없더군요.
요 의자에 앉아서 테이크 아웃 커피도 마시고, 바람도 느끼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화도 합니다. 제가 앉았던 벤치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도 한번 읽었구요.
지금 문화체육부 장관 도종화 시인의 시도 읽었습니다. 잠시 쉬다가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본격적으로 설교를 작성하기 전에 소화도 시킬 겸 책을 몇 권 골라서 빌렸습니다.
다섯 권 중에서 위에서 두번째 귄터 그라스의 <양파 껍질을 벗기며>는 지난번에 한번 빌렸다가 다 읽지 못해서 다시 신청했더니 한번 빌린 것은 일주일 지나야 된다기에 네 권만 들고 나왔습니다. 제목만 봐도 마음이 든든하네요. 김명인과 김수영에게 마음이 쏠립니다. 오늘은 청국장으로부터 시작해서 김수영으로 끝났습니다. 중간에 설교 작성 작업이 있었지요. 이런 사건과 사연들이 다 어디론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왕 흘러갈 거라면 휘파람 불면서 즐겁게 가야겠지요. 예수와 함께라면 더 좋고...
청국장 밥상을 한참 바라보니 제가 먹은듯한 느낌이..ㅎㅎ
빈 밥상을 보니 제 배가 부른듯한 느낌이 ㅎㅎ
목사님의 일상을 보며 저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저도 목사님 융내내며
매순간 하루하루를 이벤트로 생각하며 살아가려는데...
쉽지는 않겠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