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조회 수 1208 추천 수 0 2017.09.16 20:17:15

916,

바람이 분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가을바람이 멋지게 분다. 일정하지가 않다. 어떤 때는 내 서재 창문 밖에 달린 어닝이 휘청거릴 정도로 쎄게 불고, 어떤 순간에는 반대편 창문 밖 대나무가 기분 좋게 흔들릴 정도로 부드럽게 분다. 여름철 뜨거운 햇빛을 막기 위해 길게 펼쳤던 어닝을 오늘 아침에 30센티로 줄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에는 바람이 영화 전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 애니메이션에 죽음과 삶과 사랑이라는 서사가 알콩달콩 펼쳐지지만 그것마저 바람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바람을 존재론적인 깊이에서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영화를 그렇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바람은 중요한 모티브다. 심지어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만들지 않았는가. 젊은 시절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를 밤새워 읽던 기억이 새롭다.

지구에 바람이 없으면 죽음의 행성이 되고 말 것이다. 태평양 무인도에서 시작된 바람이 태풍이 되어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지나고, 대서양에서 만들어진 바람은 미국 카리브 해를 덮치면서 지구 곳곳을 흔들어 놓는다. 그 바람을 따라서 오염된 공기도 정화되고, 꽃이 필 건 피고, 시들 건 시든다. 바람이 지구 표면을 뒤흔들어 살아있게 하는 게 틀림없다. 바람은 동력(動力)이다. 움직임이 없는 모든 것들은 죽는다. 인간이 늙는다는 것도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뜻이고, 그런 현상이 더 진행되면 결국 죽는 거 아닌가. 바람은 생명이다. 그것도 시원적 생명이다.

바람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가간다. 점잖은 사람이나 파렴치한 사람이나 가리지 않는다. 인격적인 사람에게도 찾아가고 또라이 같은 이들도 찾아간다. 이런 점에서 바람은 신의 속성을 보인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절대 사랑의 존재와 같으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구약성서 기자들은 영을 루아흐라고 표현했다. 루아흐는 바람이라는 뜻도 있다. 절묘한 언어 선택이다. 영이 우리를 죽지 않고 살아있도록 흔들어 깨우니까 영도 바람인 셈이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꽉 찬 이틀 루아흐로 인해서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바람이 분다. 영이 오신다.


[레벨:16]맑은그늘

2017.09.18 04:37:19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

답답했던 내 마음에 바람이 불어와

나도 따라 가야겠어 너와 함께

아무도 발 길 닿지 않는 그 곳으로

정처없이 떠도는 너는 나그네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


작년 여름 많이 더웠을 때,

더위를 피해 갔던 들판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만든 노래 가사에요.

작년 여름처럼 여름이 견디기 힘든 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올해도 더웠지만, 제게는 작년 여름이 가장 더웠던 것 같아요.


구약성서 기자들이 영을 루아흐(바람)라고 인식한 것이 참 놀라워요.

제가 다비아를 통해서 배우고 알게 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성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다비아를 알지 못했다면 부는 바람을 통해 그저 좋구나 싫구나 쯤으로만 생각했을 건데요.

바람을 통해 생명을 생각하게 되고요.

생명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어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7.09.18 21:38:29

맑은그늘 님의 작사한 노랫말을 잘 읽었습니다.

곡은 없어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눈부시고 찬란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니

어련하겠습니까.

주님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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