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돈암교회 방문기

조회 수 2036 추천 수 0 2017.08.22 21: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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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돈암교회 방문기

 

어제 오후 215분에 집을 나섰다. 두 달 여 전에 약속한 산청돈암교회를 방문하기 위한 나들이였다. 이신일 목사께서 졸저 목사공부를 좋게 읽어주시고 지역 감리교 동역자들에게 선물도 하면서 널리 알리셨다. ‘오병이어라는 이름의 목회자 모임에서 한번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이제 약속한 날짜가 되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일기예보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오전 분위기를 봐서는 운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출발하는 그 즉시 물 폭탄처럼 비가 쏟아졌다. 카니발 지붕이 뚫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윈도우브러시를 가장 빠른 단계로 돌렸는데도 10미터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국도를 빠져나가 경부고속도를 타고 대구 쪽으로 가면서도 상황이 계속 그랬다. 전조등을 켰고, 속도는 시속 60킬로미터로 운전했다. 그렇게 30분쯤 간 뒤에야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구마고속도로에서 광주 대구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고령 나들목 지날 즈음에 다시 폭우가 쏟아졌고, 잠시 멈칫 하다가 산이 높은 거창 가까이 이르자 다시 쏟아졌다. 처음에 집을 나설 때는 드라이브 기분도 내고 중간 휴게소에서 폼 나게 간식도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다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 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적인 일이 되었다. 돌아올 때는 비가 잦아들어서 밤길 운전이었지만 별 어려움이 없었다.

단성IC에서 빠져나와 지리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개천을 따라서 산청군 시천면에 있는 교회에 도착하여 교회마당에 차를 주차하니 이신일 목사께서 우산을 들고 나를 맞아주신다. ‘목사님, 비행기 타고 날아 오셨어요?’ 하신다. 내게 전화 받고 예상한 시간보다 더 빨리 도착했는가 보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교회당 로비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 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6시가 가까워오자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얼굴이 익숙했다. 그중에 성공회 성요한 신부도 있고, 다비안 정원주(달팽이) 가족도 있었다. 교회당 가까운 토속 식당에 가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면서 시원한 해물탕 한 그릇 먹고 교회당으로 돌아오자 합천에서 토기장이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태 목사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이들 부부와의 인연도 깊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따로 글을 써야겠다.

특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목사는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면서 자기 구원을 이루어가는 사람이다. 예배를 예배답게 드리는 최선의 방법은 예전예배다. 예전예배의 핵심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으로 순서의 내용을 채워야 한다. 목사는 목회에 전념하다보니 다른 이들의 영혼 구원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자기 구원에는 무감각할 수 있다. 그걸 조심해야 한다. 구원은 하나님 경험이다. 목사는 신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려다가 자기는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자신은 하나님을 알고 있다는 착각도 자주한다. 하나님 경험은 처음 소명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이어지고 심화되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목사는 목회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구도적으로 자신의 걸어가야 할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기쁨과 희망으로!

아담하고 깔끔한 산청돈암교회에서 목회자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대화하는 우리를 지리산 천왕봉(1,915미터)이 흐뭇하게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이 목사에게 다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40분이었다. 오늘 왕복 전체 운전 시간은 4시간 반이었다. 그렇지만 좋은 분들을 만난 탓인지 전혀 피곤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혼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내 카메라에 담긴 사진 몇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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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당 로비 한쪽 구석에 놓인 십자가상, 동료 목사가 직접 철근 작업을 하면서 제작한 것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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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상이 놓인 책상, 그 위의 향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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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꽃밭. 꽃 이름은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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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함과 헌금봉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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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기와 성찬대, 세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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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강단이다. 정갈하다.




profile

[레벨:18]카르디아

2017.08.24 16:20:48

일전에 정원주님(달팽이)을 만났을 때 정용섭목사님께서 돈암교회에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되면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마음으로 기다리며 아내와 산청을 향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교회근처에서 짬뽕과 자장면 한그릇을 먹고 즐거운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이신일목사님과 여러 목사님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강의를 듣고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오면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나눴습니다. 

정용섭목사님의 강의를 들으면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기보다는

마음에 울림이 있는 시를 한편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아내도 저의 그 말이 참 공감이 되고 좋은 표현인 것 같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목회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귀한 발걸음 해 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리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이신일목사님과 동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제 또 바람이 불면 이곳 황매산에도 목사님이 와 주시면 좋겠지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7.08.24 21:54:48

나도 당일 카르디아 부부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황매산 토기장이의 집, 다시 한번 더 가볼 기회가 오겠지요.

주님의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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