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의 즐거움

조회 수 1248 추천 수 0 2017.07.18 21:40:09

718,

기차 여행의 즐거움

 

요즘 뜻하지 않게 기차 여행을 자주 하게 되었다. 7월 첫 월요일부터 넷째 월요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서울 나들이를 하느라 그렇다. 어제도 오전 945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밤 9시 너머에 돌아왔다. 대략 12시간 여행이었다. 영천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동대구에서 서울행 케이티엑스로 환승한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세 코스인 노량진역에서 내려 9호선으로 환승한다. 거기서 당산역까지 가는데, 일반 지하철은 네 코스, 급행은 두 코스다. 돌아올 때는 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서 온다.

기차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뭐 대단한 즐거움이 있다는 건 아니다. 그 시간이 나에게 오롯이 확보되었다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집 서재에 있을 때도 내 시간이 확보되긴 하지만 서재에서는 뭔가 할 일이 있어서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기차 여행에서 주어진 시간은 꼭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좋다. 보너스로 주어진 시간이라서 무얼 해도 부담이 없다.

이번 기차 여행에서 올라갈 때는 강의안을 읽었다. 내려올 때는 <녹색평론> 20177-8월호를 읽었다. <녹색평론>은 국내 유일의 생태 잡지로서 격월 발행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과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문제점, 그 외에 시와 서평 등등이 게재되었다. 이번에 특히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은 러시아혁명의 교훈이라는 작은 타이틀 아래 실린 세 편의 아티클이다. 금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혁명 100주년이기도 하다. 글쓴이와 제목은 아래와 같다. <박노자, 100년 후에 되돌아보는 러시아혁명> <앨런 우즈, 러시아혁명, 무엇을 성취했고 왜 좌절했나> <와타나베 교지, 솔제니친의 고독>.

특히 러시아 출신 한국 국적의 박노자 글이 좋았다. 비록 실패한 혁명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20세기는 러시아 볼쉐비키 혁명으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그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여성 참정권, 완전고용,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등등, 모든 현대의 복지 개념들이 그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고 한다. <닥터 지바고>는 이 혁명 기간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다. 집에 있었으면 이런 글은 스쳐지나가듯이 읽고 말았겠지만 기차 여행이라는 보너스 시간 덕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으니, 기차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머리와 가슴이 꽉 찬 느낌을 받는 순간이 인생에서 그리 흔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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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7.07.19 06:51:51

기차에는 '여행'이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립니다.

버스여행, 전철여행, 택시여행, 자가용여행...하면 참 어석한데

기차여행...하면 그냥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정겨웁습니다.

저도 기차를 탈 때마다 마음이 설레입니다.

[레벨:17]홍새로

2017.07.19 09:54:24

승용차와 기차,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가셔서
강의 하시고, 다시 되돌아 오시는길을
수고로운 일이라고 여기면 힘든일이 될텐데요.
여행의 즐거움으로 느껴짐은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것은 아닐듯합니다.
삶도 그러할것 같습니다. 

사는일이 여행이라고 실제로 여겨진다면 

경험하는 모든일들이 놀라움과 기쁨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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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17.07.19 13:58:45

갑자기 기차여행을 하고 싶은 맘이 들어요.

기차를 타는 동안 확보되는 그 완벽한 자유도 부럽구요,

그 시간에 오로지 글에 빠지시는 목사님의 집중력도 부럽습니다.ㅎㅎ

닥터 지바고 오래 전에 본 영화인데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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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7.19 21:04:14

위 대글을 다신 분들에게는

기차 여행의 낭만이 있는가 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부산에서 출발해서 대구와 서울을,

그리고 개성, 평양 .... 신의주, 시베리야를 거쳐

모스크바와 베를린과 파리와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저 포르투칼 마지막 도시까지 기차로 여행하는 날이 올까요?

우리 생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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