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화
기차 여행의 즐거움
요즘 뜻하지 않게 기차 여행을 자주 하게 되었다. 7월 첫 월요일부터 넷째 월요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서울 나들이를 하느라 그렇다. 어제도 오전 9시45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밤 9시 너머에 돌아왔다. 대략 12시간 여행이었다. 영천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동대구에서 서울행 케이티엑스로 환승한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세 코스인 노량진역에서 내려 9호선으로 환승한다. 거기서 당산역까지 가는데, 일반 지하철은 네 코스, 급행은 두 코스다. 돌아올 때는 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서 온다.
기차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뭐 대단한 즐거움이 있다는 건 아니다. 그 시간이 나에게 오롯이 확보되었다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집 서재에 있을 때도 내 시간이 확보되긴 하지만 서재에서는 뭔가 할 일이 있어서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기차 여행에서 주어진 시간은 꼭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좋다. 보너스로 주어진 시간이라서 무얼 해도 부담이 없다.
이번 기차 여행에서 올라갈 때는 강의안을 읽었다. 내려올 때는 <녹색평론> 2017년 7-8월호를 읽었다. <녹색평론>은 국내 유일의 생태 잡지로서 격월 발행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과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문제점, 그 외에 시와 서평 등등이 게재되었다. 이번에 특히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은 ‘러시아혁명의 교훈’이라는 작은 타이틀 아래 실린 세 편의 아티클이다. 금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혁명 100주년이기도 하다. 글쓴이와 제목은 아래와 같다. <박노자, 100년 후에 되돌아보는 러시아혁명> <앨런 우즈, 러시아혁명, 무엇을 성취했고 왜 좌절했나> <와타나베 교지, 솔제니친의 고독>.
특히 러시아 출신 한국 국적의 박노자 글이 좋았다. 비록 실패한 혁명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20세기는 러시아 볼쉐비키 혁명으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그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여성 참정권, 완전고용,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등등, 모든 현대의 복지 개념들이 그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고 한다. <닥터 지바고>는 이 혁명 기간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다. 집에 있었으면 이런 글은 스쳐지나가듯이 읽고 말았겠지만 기차 여행이라는 보너스 시간 덕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으니, 기차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머리와 가슴이 꽉 찬 느낌을 받는 순간이 인생에서 그리 흔한 건 아니다.
기차에는 '여행'이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립니다.
버스여행, 전철여행, 택시여행, 자가용여행...하면 참 어석한데
기차여행...하면 그냥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정겨웁습니다.
저도 기차를 탈 때마다 마음이 설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