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3)

조회 수 1283 추천 수 0 2017.07.25 20:20:47

725,

백건우(3)

 

피아노 소리는 강요해서 나오지 않아요. 이작 펄만은 바이올린을 사달라고 부모님께 3번 말했어요. 바이올린이 하고 싶다고 했다가 힘들어서 관뒀다가 그랬거든요. 강요하는 부모님이었으면 펄만이 바이올린을 그만 두도록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음악은 본인이 하고 싶을 때 해야 하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음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보통 사람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가 교만해서 저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음악 경험의 신비를 피력한 것이다. ‘우리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저 말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겠다. 좋은 선생을 붙여서 레슨을 받게 하면, 그리고 그 학생이 경쟁심이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연주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콩쿠르에서 입상도 가능하다. 운이 좋으면 음대교수도 될 수 있다. 이곳저곳에 초청을 받아 연주회도 열 수 있고, 자신 연주로 씨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다. 더 깊은 차원의 음악세계로 들어가는 건 음악으로부터의 끌림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백건우의 이런 음악경험을 신학과 영성으로 바꿔 말하면 神託(신탁)이다. 쉽게는 소명이라고도 한다. 수도승들의 삶은 저걸 기본으로 한다. 생각해보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말씀 읽고 노동하는 일을 매일, 일 년 열두 달, 평생에 걸쳐서 반복한다. 말이 좋아서 구도적 행위지 보통 사람은 언감생심이다. 나도 못한다. 수도원에 테니스장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 자체가 우리 힘만으로는안 된다. 기독교인으로 살고 싶다는 내면의 거룩한 갈망에 지배당해야한다. ‘나를 따르라.’는 음성이 강한 충동으로 울려야 한다.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이런 경험이 없다. 한 번 경험했다 하더라도 유지되지 않는다. 이는 곧 그 한 번의 경험도 철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 결정적인 경험이 없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원을 받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문제는 기독교인이면서 기독교 신앙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지 못함으로써 살아있는 동안 기독교인 됨의 즐거움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우리 힘만으로 안 되는 어떤 차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는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고 말씀하셨나보다.

백건우.PNG

섬마을 연주회다. 바다, 산, 고깃배, 피아노, 조명, 백건우, 관중,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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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홀리아빠

2017.07.26 10:26:37

이 아침에 피아노 선율을 느끼며 소리의 세계를 가늠해봅니다.

'기독교인 됨의 즐거움'

우리 힘만으로 안 되는 이 차원을

설교자는 어떻게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요..

목사님께서는 또다시 질문을 주시네요..감사합니다.

저 한 장면에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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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7.26 11:19:43

홀리 님,

세상에 (피아노) 소리가 없는 게 아니라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비로운 사태인지를 언젠가는 더 절실하게 느낄 겁니다.

'그리스도인 됨'도 그와 같은 절실한 느낌과 함께 찾아옵니다.

저 한 장면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처럼

성경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요.

저 사진에서 조명이 좀 특이하지요?

그것만 밝아요.

일전 여명이라는 사진에서 해바라기만 색깔을 드러내듯이요.

저 조명은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악보를 비쳐주는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지요.

저 사진이 가리키는 세계와

예수의 오병이어가 가리키는 세계를 비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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