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의 시(5)- 시쓰기

조회 수 1090 추천 수 0 2017.08.05 21:16:24

85,

마종기의 시(5)

 

시쓰기

 

높고 먼 산을 향해

힘껏 돌 하나 던지기.

매일 또 안간힘하며

돌 하나 더 던지기.

돌 맞은 산이 간지럽다고

나보고 하하 하얗게

웃을 때까지.

 

내 몸 하나 던지기.

던진 몸들 발 앞에 쌓여

앞산이 한 발짝쯤

물러설 때까지.

아니면 뒷산이 목을 돌려

뒤돌아 볼 때까지.

아득한 맥박을 깨워

내 몸 하나 더 …….

 

*마종기에게 시쓰기는 승산 없는 싸움이다. ‘높고 먼 산을 향해 힘껏 돌 하나 던지기를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래도 돌을 던질 수밖에 없다. 바위를 산 위로 끌고 올라가면 다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시지푸스의 운명과 같다. 부조리처럼 보이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걸 반복해야 한다. 마종기는 산이 반응을 보일 때까지 돌을 던지는 것을 시쓰기의 운명이라고 본다. 그에게 산이 반응을 보였을까?

돌만 던져서는 산이 반응을 하지 않을 테니, 그는 자기 몸을 던지려고 한다. 자기 몸을 공양으로 바치겠다는 심사다. 그런 정성을 보이면 산이 한 발짝쯤 물러설지 모를 일이다. 마종기는 산이 목을 돌려 뒤돌아볼 때까지 구도적으로 그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끝이 안 보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의 맥박은 점점 아득해져간다. 그래도 다시 그 맥박을 깨워야 한다.

마종기에게 시쓰기는 종교다. 거기서 구원을 경험하는가보다. 그는 시를 통해서 삶, 역사, 우주 등등, 모든 것들의 깊이에 이르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깊이는 겉으로 나타나는 것만으로는 손에 잡히는 것이 없기에 비상한 방식으로만 접근이 허락되는 삶의 비밀 정원과 같은 곳이다. 모든 시인들, 문필가들, 예술가와 작곡가들, 모든 수도승들과 철학자들이 그 비밀 정원에 발을 딛고 싶어 했지만, 그래서 힘껏 돌 하나 던지, ‘내 몸 하나 던지고 했지만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시쓰기는 지금도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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