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 화
바람과 영
지난 설교의 본문인 행 2:1-13절은 익히 잘 알려진 내용이다. 성령강림절을 맞아서 이 본문으로 설교한 목사가 한국에서만도 수천 명은 될 것이다. 세계 교회 전체로 본다면 수백만 명이 될지도 모른다. 성령을 받아야 한다거나, 성령을 받기 위해서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심지어는 방언 은사를 받아야 한다는 설교가 주를 이루었을 것이다. 나는 성령 임재 경험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해명하는 방식으로 설교했다. 완전한 해명은 불가능하지만 내 수준에서 해명했다.
그 해명의 하나가 바람에 대한 것이었다. 고대 히브리인들이나 헬라인들이 바람과 영을 비슷한 것으로 여긴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람은 일단 보이지 않는다. 영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은 힘으로 경험되고, 영도 역시 힘으로 경험된다. 바람 현상이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처럼 영도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활동한다. 바람은 자체의 힘으로 모든 생명체의 생명을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한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 영도 생명 여탈권을 갖고 있다. 바람은 그것 자체로는 존재하는 게 아니고 운동 현상으로서만 존재한다. 영도 영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영의 현상으로만 존재한다. 그 외에도 바람과 영은 비슷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람이 실제로 영은 아니지 않느냐, 하고 질문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이 옳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공기의 이동인 바람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물리 현상이고, 영은 하나님의 생명 능력이라는 점에서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그걸 같다고 말한다면 중력도 영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걸 구분하긴 해야 하지만 영이 무엇인지 우리가 아직 다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람이 영과 완전히 다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우리가 영을 실질적으로 알게 되는 날이 오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그때까지 우리는 바람을 메타포로 해서 영의 능력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귀한 묵상 감사합니다. 라면 끓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매탄까스나 프로판 까스는 냄새가 없지요. 그래서 매르캅탄이라는 냄새를 일부러 집어 넣습니다.
그래서 까스랜지를 켤 때 역한 냄새가 나 까스를 조심하게 됩니다.
영도 마찬가지로 제가 경험한 영은 맛도 냄새도 형체도 없습니다.
분명히 있는데 그걸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영과 가장 유사한 '바람'을 등장시켜서
영을 설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 영을 속 시원하게 설명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귀한 묵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