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와 하갈

조회 수 2382 추천 수 0 2017.06.22 2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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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와 하갈

 

창세기 아브라함 서사에서 아브라함은 이고 사라는 이다. 고대 이스라엘 족장 역사에서 사라는 종속 변수였다. 엄밀하게 말해서 세상에 종속 변수인 인생은 없다. 구 모양의 지구에서 높은 곳과 낮은 곳이 따로 없는 것처럼 그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 사이에 갑과 을이 따로 정해진 건 없다. 사람들이 높고 낮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한다.

사라를 이라고 한다면 하갈은 이다. 사라는 아브라함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종인 하갈을 아브라함과 동침시킨다. 하갈은 이스라엘을 낳았다. 오늘의 관점으로는 비인간적인 것이지만 당시의 관점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갈도 나름으로 만족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임신 중에 사라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예상 외로 사라가 이삭을 낳자 시샘도 부렸을 것이다. 여차여차 해서 하갈은 결국 집에서 쫓겨난다.

사라와 하갈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도 가능할 것이다. 그들의 성격과 세계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내용이 채워진다. 창세기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도 생각할 수 있다. 하갈은 애굽 출신이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흉년이 들어 사라를 누이 동생이라 속이고 애굽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데리고 온 소녀였을지 모른다. 고향 이야기를 주인마님에게 자주 했을 것이다. 사라는 몸종인 하갈에게 자식을 낳지 못하는 자기 신세 한탄도 늘어놓지 않았겠는가. 창세기 기자가 어떻게 다루든지 상관없이 하갈은 천하보다 더 귀한 인생을 살았다. 설교 중에 아브라함 이야기를 사라 중심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서 하갈 중심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그럴 때 성경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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