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492
4월13일, 목
죽음이 구원이다
설교 후반부에서 ‘죽음이 구원이다.’고 말했다. 이 말은 위험하다. 생명을 얻는 게 구원인데, 오히려 죽는 게 구원이라 하니 말이다. 신앙적인 차원에서는 이런 말을 종종 하기는 한다. 십자가를 지라거나 죽어야 산다고 말이다. 내가 생각한 죽음은 좀더 실질적인 것이었다. 생리적인 현상이 사라지고 모든 관계가 무너지는 실제의 죽음 말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우리를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삶의 욕망이 우리의 삶을 오히려 파괴한다. 이게 역설적인 우리의 운명이다. 살려고 발버둥 칠수록 우리는 생명으로부터 멀어진다.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을까 하는 염려가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욕망이 잘못되었다거나 쉽게 극복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게 그냥 우리의 실존이라는 뜻이다. 2) 삶은 결국 죽음에서 완성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완성은 끝난다는 말이다.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희로애락을 경험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마라톤이 끝나는 순간을 향한다. 그 순간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나를 죽여야 구원이 있다.
이지요?